22㎜ 문턱 넘고, 충전선도 피해간다... 청소기가 첨단 로봇으로 변신했다

이해인 기자 2024. 5.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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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업체 장악한 국내시장에 삼성·LG·신일전자도 참전
그래픽=김하경

자율주행차용 라이다 센서, 로봇 팔…

최근 필수 가전으로 떠오르는 로봇청소기에 최신 기술이 속속 접목되면서 스스로 집 안을 쓸고 닦고, 물걸레도 자동으로 세탁하고 말리는 시대가 왔다. 사람이 집을 비운 사이 최첨단 로봇 집사가 집 안을 스스로 청소하고 관리하게 된 것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은 고성능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청소기 업체가 아닌 ‘로봇 기업’으로 소개한다.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 신일전자가 나란히 고성능 로봇청소기 시장 진입을 선언하면서 ‘최첨단 로봇 대전’이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청소기? 실내 자율주행 로봇!

요즘 로봇청소기는 기술력의 결정체다. 로봇청소기는 실내를 누비는 자율주행차와 비슷한 원리로 가동된다.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라이다(LiDAR) 센서와 고성능 카메라 센서를 탑재했다. 로봇청소기는 스스로 돌아다니며 센서를 이용해 집 안 실내 지도를 만들고 장애물과 청소 대상을 명확히 구분해낸다. 최근 로봇청소기는 바닥에 널브러진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도 피해갈 정도다. 십수년 전 문턱 하나도 제대로 넘지 못하던 시대도 지났다. 에코백스는 업계 최대인 22㎜ 문턱까지 넘는다.

그래픽=김하경

로봇청소기 성능은 센서가 결정한다. 센서는 실내 지도를 그리는 매핑센서와 장애물을 인지하고 추락 방지를 도와주는 주행센서로 나뉜다. 과거에는 매핑센서 없이 무작위로 집 안을 돌아다니면서 청소하던 방식이라 같은 공간을 반복해서 청소하거나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청소기 상단에 탑재된 카메라로 집 안의 벽이나 가구 등의 사진을 찍어 위치 정보를 인식하고 저장하는 카메라 매핑 시대가 열리면서 로봇청소기의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LDS라이다 센서가 프리미엄 로봇청소기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차량 간 거리를 제어하는 것처럼 사물에 레이저를 쏜 후 돌아오는 측정값을 통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해석해 똑똑한 주행이 가능해졌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게 ToF(Time of Flight) 센서다. 3차원 센서로 적외선 파장을 통해 물체로 발사한 빛이 튕겨져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사물의 입체감과 공간 정보를 인식한다. 사람의 눈과 비슷한 수준으로 사물을 인지해 장애물 인식과 회피에 있어서 가장 앞서 나간 기술로 평가된다.

‘똑똑하게’ 청소를 하는 것도 로봇청소기의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바닥의 재질을 스스로 인식한다. 예컨대 카펫이라고 인지하는 경우 물걸레가 적게는 10㎜부터 20㎜까지 들어올려진다. 물걸레가 닿아 카펫이 젖는 것을 막는 기능이다. 또 최신 제품들은 아예 로봇 팔을 달았다. 대부분 원형인 로봇청소기는 모서리 부분을 청소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제 아예 걸레를 붙인 로봇팔을 달아 모서리 구역에서 자동으로 쓸어내고 닦아내는 기능까지 탑재된 것이다.

◇중국 업체 “구석구석 청소” 삼성·LG “위생”

각 사의 프리미엄 제품은 대개 비슷한 성능을 갖는다. 다만 각자 디테일에서 차별점을 강조한다. 중국 업체들의 제품은 걸레 물통을 자동으로 채워주고 오수를 빼주기까지 한다. 가격이 150만원을 훌쩍 넘는데도 식기세척기, 건조기와 함께 3대 혼수 가전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지난달 로보락이 홈쇼핑과 라이브방송을 통해 판매한 신제품은 한 시간 만에 4600대가 팔려나갔다. 분당 1억2000만원어치가 팔린 셈이다.

흡입력은 3사 제품 모두 6000~1만 파스칼 정도로 일상 청소용으로는 비슷한 능력을 보인다. 시장 선구자인 중국 업체들은 모서리 청소까지 공략한다. 로보락은 본체 밖으로 뻗어나가는 브러시와 물걸레를 장착해 모서리와 가장자리 청소에는 취약하다는 원형 로봇청소기의 단점을 해결했다. 에코백스는 사각형 디자인으로 벽에 더 밀착하는 데다가 올해 신제품은 아예 핸디형 청소기가 스테이션에 함께 부착돼 있다.

걸레질도 각 사 특징이 있다. 삼성전자와 에코백스의 제품은 두 개의 원형 걸레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눌러 닦는 구조라면 로보락 제품은 반달처럼 생긴 하나의 걸레가 분당 4000회에 달하는 음파 진동 방식으로 닦는다. 타사와 비교해 ‘박박 닦인다’는 느낌이 덜 하다는 게 이용자들의 후기다. 이 밖에 카펫과 러그를 적시지 않기 위해 삼성전자는 10㎜, 에코백스는 15㎜, 로보락은 20㎜까지 걸레를 들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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