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뒤 야경보며 도심 런, ‘7학년 교실’서 축구… “사는맛 납니다”
직장인도 어르신도 ‘생활체육’
시내 명소-산길 달리며 체력 관리… 가성비 ‘파크골프’ 중장년층 인기
매주 목요일 ‘운동하는 서울광장’ 등… 지자체별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2일 오후 9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육조마당. 5.2km 러닝을 마친 직장인 김모 씨(54)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광화문 일대를 뛰기 위해 퇴근 후 동대문구에서 왔다는 그는 “서울에 30년째 살고 있지만 집과 회사만 오가다 보니 막상 도시의 매력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다”며 “오늘 뛰면서 본 서울의 야경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도심·산길 달리며 체력 관리”
김 씨가 이날 광화문광장을 찾은 이유는 시내 야간 명소를 함께 달리는 서울시 생활체육 프로그램 ‘7979 서울 러닝크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7979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79), 도심 속을 달리며 친구(79)가 된다’는 뜻이다. 10월까지 매주 목요일 진행되는 이 모임은 올해 △광화문광장 △여의도공원 △반포한강공원 총 3개 권역 12개 코스에서 달리기를 진행한다.
이날 동아일보 기자도 광화문광장 5.2km 코스를 함께 뛰어봤다. 시민 60여 명과 함께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을 지나 율곡터널, 청계광장 등을 거쳐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처음 참가해본 러닝 크루는 평소 트랙에서 혼자 달리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함께 달리며 속도를 제어해주는 ‘페이서’의 지도에 따라 “보행자 조심” 등 구호와 수신호를 뒷사람에게 전달했다. 페이서가 “7979”라고 외치면 다 같이 “파이팅”으로 화답하며 달리니 혼자 뛸 때보다 더 힘이 났다.
이날 선두에서 페이서로 뛴 이인휴 씨(33)는 “허리디스크가 있었는데, 달리기를 시작한 뒤로 많이 나아 러닝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며 “100세 시대인 만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생활체육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산길을 따라 달리는 ‘트레일 러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12년째 트레일 러닝에 빠져 있다는 직장인 조덕연 씨(37)는 “로드 러닝은 포장된 길을 뛰기 때문에 일정한 자극과 바뀌지 않는 풍경으로 지루할 수 있지만, 자연 속에서 뛰다 보면 매번 새로운 경험을 맛볼 수 있다”고 했다.
● 파크골프·축구… 어르신도 푹 빠진 생활체육
나이가 들면 운동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공차기에 도전한 이들도 있다. 70대 어르신들이 모인 ‘7학년 교실’에서 생활축구를 가르치는 코치 양수인나 씨(46)는 “어르신 15명 안팎이 모여 축구 경기를 한다”며 “첫날 수업에서 ‘방에만 있다가 죽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와서 몸을 움직이니까 살아 있는 게 느껴진다’는 어르신의 말을 들었을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7학년 교실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운동하기 좋은 계절을 맞아 지자체도 다양한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9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운동하는 서울광장’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색적인 생활체육을 도심에서 무료로 배울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었던 이 프로그램은 올해도 라틴음악과 함께하는 ‘줌바댄스’, 여러 운동이 조합된 ‘서킷 트레이닝’, K팝 음악이 있는 ‘핏댄스’ 등 10월까지 매주 색다른 운동으로 시민을 찾는다. 다음 달 21일에는 세계 요가의 날을 맞아 ‘광화문 달빛요가’ 개막식이 열린다. 6월 25일부터 8월 29일까지 매주 화·목요일 오후 7시 반에 60분간 진행된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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