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內治와 外治 부조화의 尹대통령 2년
한·미·일 협력 강화 기여 높이 평가
국내선 4·10 총선서 옐로카드 받아
국민에게도 외교하듯 정성 들여야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정상화 결단을 내렸을 때 노벨 평화상에 도전해 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2000년대 노무현·고이즈미의 셔틀 외교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과거사를 해결하면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오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과거로 돌아가는 길을 막고 미래 지향적인 철로를 깐다면 노벨상도 허황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 후 1년 만인 지난달,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이 허드슨 연구소 대담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일 총리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캠벨은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린 것을 상기시키며 “한일 두 정상이 매우 어려운 역사적 문제를 극복하려는 결단은 놀라웠다”고 했다. 그는 “만약 진정으로 누가 국제 무대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와 노벨 평화상 수상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두 정상의 공동 수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백악관 NSC인도·태평양 조정관을 역임한 캠벨은 바이든 재선 시 국무장관 하마평이 나오는 거물. 외교안보 싱크 탱크 ‘신(新)미국 안보센터(CNAS)’ 설립을 주도하고 ‘아시아 차르(황제)’로 불리는 캠벨의 발언은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오피니언 리더 그룹의 여론으로 볼 수 있다. 미 정치권엔 윤 대통령의 정상화 결단 후 한일 두 정상이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헌화한 것이 인상 깊게 각인됐다.
노벨 평화상은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한 번씩 국가 지도자가 받은 바 있다. 1974년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는 ‘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으로 수상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은 한국과 동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았다.
캠벨의 언급은 미국이 얼마나 한일 간 화해와 협력을 중시하며 윤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안정적인 한일 관계는 미국만 바라는 것이 아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플레이어들은 모두 한일 관계 개선을 환영하고 윤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한다. 양국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 반목하고, 싸우기를 바라는 나라는 북한·중국·러시아에 불과하다.
미·중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범, 북한의 호전적 태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쭙잖은 균형론을 내세우며 눈치를 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한미 동맹이 있기에 이들이 함부로 못 하는데, 그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한·미·일 3각 협력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생존 방정식이다.
캠벨의 노벨상 언급이 시사하듯이 오는 10일 취임 2주년을 맞는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생명선과 같은 한·미·일 3각 협력을 진전시켜 외치(外治)에서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국내외에서 받았다. 물론 일본의 부진한 미래 지향적 협력을 더 끌어내고, 중국·러시아·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더 보완돼야 한다.
이에 비해 오는 10일 취임 2주년을 맞는 윤 대통령의 내치(內治) 성적표는 좋지 않다. 4·10 총선을 통해 레드카드에 가까운 옐로카드를 받았다.
내치와 외치의 부조화가 계속되면 결국 다른 나라에 투사할 수 있는 외교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과 기시다와의 우호적 관계를 갖기 위해 보여준 정성으로 국민을 대한다면 내치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 윤 대통령이 총선 이후 숱하게 쏟아지는 국정 비판을 제대로 받아들여 달라진다면 미국이 공개적으로 추천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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