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암세포도 신속 분석해 신약 개발...구글, 바이오 AI 공개

김효인 기자 2024. 5. 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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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항암제 등 신약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인공지능(AI) 모델이 나왔다. ‘알파고’ 등 AI 모델을 만든 구글 딥마인드는 8일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최신 버전 ‘알파폴드 3′를 선보였다. 3년 전 나온 ‘알파폴드 2′는 과학자들이 10년 동안 풀지 못했던 세포의 단백질 구조를 단 30분 만에 찾아냈다. ‘알파폴드3′는 이전 버전보다 정확도가 50% 향상됐다.

◇표적 항암제 개발에 획기적 발전

국내 질병 사망 원인 1위인 암은 정상 세포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암세포가 되면서 발생한다. 암세포는 무한히 성장하고 분열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개발 중인 차세대 표적 항암제는 다른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에만 작용해 성장과 전이를 막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암세포의 단백질 구조를 파악해야 하고, 이에 작용할 항암제의 단백질 구조도 예측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의 결합체다. DNA가 짠 설계도에 따라 아미노산이 어떻게 결합하고, 결합 후 어떤 형태가 될지 결정된다. 이 구조를 파악하고 예측하는 것이 난제다. 지금까지는 암세포나 항암제에 인위적으로 X선 등을 쏘이고, 그에 대한 반응을 하나씩 확인하는 방식으로 단백질 구조를 확인했다. 이 때문에 개발 과정에 수년씩 걸리고, 정확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알파폴드3′는 기존에 분석이 끝난 단백질 구조들을 학습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존재하는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하고, 아미노산 정보를 토대로 단백질이 어떤 모습이 될지 예측한다. 특히 알파폴드 3는 이전 모델이 하지 못했던 단백질과 단백질의 결합, 단백질과 리간드(약물 효과를 전달하는 물질)·핵산(유전자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물질) 등의 결합을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암세포와 치료제가 결합하는 구조까지 예측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신약 개발을 할 때는 단백질 구조 예측만 해서는 안 되고 단백질과 유기분자의 결합을 봐야 한다”며 “알파폴드 3는 다양한 단백질과 유기분자의 결합을 예측할 수 있게 돼 실제 신약 개발 프로세스가 훨씬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는 신약 개발에 돌파구를 연 것으로 평가된다. 2018년 첫 선을 보인 ‘알파폴드1′은 국제 학술 대회인 ‘단백질 구조 예측 학술 대회(CASP)’에서 통상 과학자들이 2주에 걸쳐 풀어내던 단백질 구조 예측을 2~3시간 만에 해냈다. 이후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2021년 개발된 ‘알파폴드2′는 과학자들이 수 년동안 풀지 못하던 난제들을 1시간도 채 안돼 해결했다.

특히 ‘알파폴드 2′는 실제 백신 개발 등에 큰 역할을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알파폴드2를 활용해 말라리아 백신을 개발했다. 알파폴드 등장 이전부터 말라리아 백신을 개발해왔던 연구진은 말라리아를 퍼뜨리는 기생충의 단백질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X선을 활용했지만 충분히 자세한 구조를 알 수 없었다. 연구를 이끈 맷 히긴스 교수는 “알파폴드는 우리가 수년간 관측하지 못했던 말라리아 기생충의 표면 단백질에 대한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며 “우리 연구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말라리아 백신은 지난해 가나에서 첫 사용 승인을 받았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은 지난해 알파폴드를 활용해 간암 치료제 후보 물질 7종을 발견하기도 했다.

◇ 단백질 구조 예측 AI 속속 등장

현재 상용화된 단백질 구조 예측 AI는 알파폴드 이외 여러 가지가 있다. 단백질 AI 설계 분야의 대가인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 연구팀은 로제타폴드라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지난 3월엔 모든 생체 분자를 모델링할 수 있도록 발전한 최신 버전 ‘로제타폴드 올 아톰’을 공개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신약 개발 AI ‘바이오니모’를 공개하고, 메타와 구글 등 빅테크도 신약 개발에 뛰어들면서 생명과학 연구의 기반 AI 플랫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AI 모델을 실용화하기 위한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이날 딥마인드 측은 학자들이 손쉽게 알파폴드 3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AI 플랫폼 ‘알파폴드 서버’를 공개했다. 알파폴드와 로제타폴드 모두 지금까지 연구를 위한 사용은 모두 무료로 가능하도록 해왔는데, 더 편리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리브카 아이작슨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분자생물학과 교수는 “모든 분야의 과학자들이 일상적으로 단백질 구조 예측 AI를 사용하고 있다”며 “알파폴드 서버는 이러한 연구 방식을 더욱 널리 보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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