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세계가 배우는 한국 ‘무병 씨감자’

2024. 5. 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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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 선생이 쓴 서적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감자가 청나라로부터 강을 건너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순조 28년과 29년 흉년이 들었는데, 감자 종자를 많이 뿌려둔 덕분에 굶어 죽는 것을 면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라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까지 깨끗한 씨감자를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해 생산성이 낮았으나 1990년대에 수경재배기술을 이용한 무병씨감자 생산과 망실을 이용한 씨감자 증식기술 등이 개발되면서 감자 생산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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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 년 전 강 건너온 감자, 이제 세계로!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 선생이 쓴 서적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감자가 청나라로부터 강을 건너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순조 28년과 29년 흉년이 들었는데, 감자 종자를 많이 뿌려둔 덕분에 굶어 죽는 것을 면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라고 적혀 있다.
곽도연 국립식량과학원장
순조 24년(1824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감자는 올해로 전래(傳來) 200주년을 맞이했다.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던 조선 시대에 감자는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대표적인 구황작물이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을 겪으며 국토는 황폐해졌고 식량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척박한 환경에서 감자는 잘 자랐다. 초대 농사원(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시험장장을 지낸 우장춘 박사는 이 점에 주목했고, 우리 풍토에 맞는 감자 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1961년 농업기술원(현 농촌진흥청) 고령지시험장에서 우리나라의 감자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후 병에 강하고 우량한 감자가 개발돼 농가에 공급되면서 식량난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 첫 품종 ‘조풍’이 개발된 이후 지금까지 개발된 감자는 총 40여 개다. 현재는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에서 감자 육종 및 씨감자 생산·저장 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껍질을 벗겨도 색이 변하지 않는 ‘골든볼’, 모양이 길쭉해 수입 감자튀김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얼리프라이’, 전분 함량이 높고 찰지고 맛 좋은 ‘금선’ 등 용도에 맞는 새로운 품종들은 이제 감자가 구황작물에서 벗어나 소비자 요구와 식생활 경향을 반영한 맞춤형 음식 재료로 당당히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감자 재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 병에 걸리지 않은 깨끗한 씨감자를 이용하는 것이다. 씨감자가 여러 가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최고 80%까지 수량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까지 깨끗한 씨감자를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해 생산성이 낮았으나 1990년대에 수경재배기술을 이용한 무병씨감자 생산과 망실을 이용한 씨감자 증식기술 등이 개발되면서 감자 생산성이 높아졌다.

이제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세계 여러 국가로 뻗어나가며 기아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국제감자연구소(CIP)에서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수경재배기술을 배워갔으며, 세계 여러 국가에 우리 씨감자 생산 기술을 전수했다. 일례로 무병씨감자 생산 기술이 부족해 수입 씨감자에만 의존했던 에콰도르는 자력으로 씨감자를 생산하는 국가가 됐으며, 아프리카의 알제리도 연간 10만t의 감자를 생산하는 국가가 됐다. 오랜 기간 연구하고 개발한 한국의 씨감자 생산 기술이 감자의 고향인 남아메리카를 포함한 전 세계로 수출돼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최근 심한 기후변화로 감자 생산 환경도 나빠졌지만, 농촌진흥청은 우리 기후와 지역 특성에 맞는 우수한 품종 개발과 안정 생산을 위한 재배기술 확보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려 한다. 우리 민족의 고단한 삶 속 굶주림을 덜어내고 그만큼의 힘을 채워준 감자가 앞으로 또 200년, 어떠한 모습으로 변모해 있을까.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는 감자꽃말처럼 지금,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때이다.

곽도연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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