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포크·외국어 식단…이주노동자도 마음 편한 ‘밥상’
‘겨울 작업복’ 나눔 등 계획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이 많은 이주노동자는 식사 때 애를 먹곤 한다.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을 떠나 식기로 지급되는 ‘젓가락’을 사용하지 못해서다. 젓가락 사용이 불편한 일부 노동자들은 손으로 음식을 먹다 한국 노동자와 다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종교가 이슬람인 이주노동자들은 구내식당에서 제공되는 음식에 들어간 재료를 알 수 없어 애를 먹는다. 메뉴가 모두 한국어로 적혀있다 보니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되지 않은 음식을 섭취할까 걱정한다.
전남지역 노사민정협의회가 이주노동자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모국과 다른 음식문화와 날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불편부터 해소해 보자는 취지다.
전남노동센터는 8일 “지역 노사민정협의회와 함께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존중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온 뒤 가장 불편해하는 음식 문화와 겨울 작업복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전남지역 제조업과 농·어업 분야에서는 연간 3만여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일터에서는 배려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은 젓가락을 잘 사용하지 못하지만 구내식당에서는 숟가락과 젓가락만 제공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내식당에서 포크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글로만 표기돼 있는 공장 구내식당 등의 식단표도 노동자들의 모국어로 교체하기로 했다. 종교적 이유로 특정 음식 재료를 섭취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위해 음식 원재료를 안내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추운 겨울이 낯선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실외 작업 때 입을 수 있도록 ‘작업복 나눔’ 사업도 펼친다. 지역 대기업과 협력해 중고 동계 작업복을 이주노동자들에게 세탁해 제공할 계획이다.
문길주 전남노동센터 소장은 “지역 제조업체와 농·어업 분야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은 게 현실”이라면서 “작은 것부터 이들을 존중해주는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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