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사구에 타자들 “악”…타고투저·ABS 도입이 문제?

심진용 기자 2024. 5. 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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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LG전에서 손에 사구를 맞은 SSG 김성현(왼쪽)이 아파하고 있다. 김성현은 검진 결과 미세골절 판정을 받았다. SSG랜더스 제공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급증
후해진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올 시즌 화두인 ‘몸쪽 높은 공’
제구 흔들리면 ‘위험한 공’ 돼

KBO 10개 구단이 합계 180경기를 치른 지난 7일 현재 모두 212개의 몸에 맞는 공(사구)이 나왔다. 지난 시즌 181경기를 치른 5월18일(181개)과 비교하면 약 17% 늘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 시즌 사구는 848개다. 2018시즌 860개 이후 최다다.

갑자기 사구가 늘어난 원인으로 추측할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타고투저’다. 통상 타고 시즌에는 사구도 증가한다. 타자들을 이겨내기 위해 몸쪽 승부가 잦아지고 그만큼 사구도 많아진다. 투고타저로 흐름이 바뀐 지난 5년은 사구가 비교적 적었다. 올 시즌 현재까지 나온 홈런은 모두 339개로, 지난 시즌 같은 기간 221개에 비해 100개 이상 늘었다.

또 하나 생각해볼 게 있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을 도입하면서 KBO는 스트라이크존 좌우 기준을 2㎝씩 확대했다. 여기에 더해 높은 존 판정도 이전보다 후해졌다는 평가다. 좌우로 존이 커지고, 높은 쪽 공도 잘 잡아주니 몸쪽 높은 공은 핫코너가 됐다. 투수에게도, 타자에게도 올 시즌 몸쪽 높은 공은 생존을 위한 화두다.

몸쪽 높은 공이 매번 완벽하게 제구된다면 좋겠지만 살짝만 제구가 흔들려도 타자의 손이나 팔꿈치, 어깨로 공이 향한다. 장기 부상으로 직결될 수 있는 위험 부위다. 올 시즌 벌써 세 명이나 몸쪽 높은 사구로 부상해 이탈했다. SSG 김성현이 지난달 21일 왼쪽 손목에 공을 맞고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같은 팀 신인 박지환은 지난달 30일 왼쪽 손등을 맞았다. 역시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최근에는 NC 김한별이 지난 4일 오른쪽 손가락을 맞았다. 다행히 골절은 피했지만, 최소 2주 이탈이 불가피하다.

5월 들어 22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도 벌써 23차례 사구가 나왔다. 어깨, 팔꿈치, 손등, 손가락 등 높은 공이 빗나가면서 나온 사구가 그중 16차례다.

ABS의 높은 존 판정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적지 않다. ‘칠 수 없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준다는 것이다. ABS의 높은 존이 정말 사구 증가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면, 이는 ‘융통성 있는 존 조정’을 위한 또 다른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선수 보호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한 관계자는 “지금보다 더 존을 좁히면 경기는 언제 끝나느냐”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타고투저 시즌인데 존까지 좁히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ABS의 직사각형 존이 야구 규정에는 보다 가깝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허구연 KBO 총재는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람이 심판을 볼 때는 상하좌우 네 모서리로 들어오는 공을 잡아내지 못하지만, 기계는 사각형 존을 정확하게 잡아낸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편차를 없애 양 팀이 똑같은 판정을 받도록 하자는 게 ABS의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직사각형 존을 ABS의 장점 중 하나로 설명한 셈이다. 과거 사람의 착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용됐던 ‘타원형’ 존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기존 야구 규정에는 부합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투수들의 불만도 나올 수 있다. ABS로 존이 고정되면 장기적으로 타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사람마다 달라지는 존에 헤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A구단 한 타자는 “존을 깎아낸다면 우리야 좋겠지만, 투수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룰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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