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9천 명 설문 분석…"학생인권 존중되면 교권도 존중"

진태희 기자 2024. 5. 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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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만든 학생인권조례가 최근 충남과 서울에서 잇따라 폐지됐습니다.


지나치게 학생 권리를 강조하면서 교권 추락의 빌미를 줬다는 이유에서인데요.


그런데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인권을 보장해 준다고 느끼는 학생일수록 교권을 더 존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먼저 영상부터 보고 오겠습니다.


[VCR]


충남·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교육감 '천막 농성' 반발하기도


광주에서도 "폐지하자" 주민청구 

1만여 명 서명 동참


교권 침해 vs 인권 보장

뜨거운 존폐 논쟁


기로에 선 학생인권조례

교권-학생인권, 함께 갈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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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학생인권조례의 영향을 연구한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과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사님 어서 오세요.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에 특히 학생인권조례의 존폐 논쟁이 거셌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원인이 되지 않았냐는 지적 때문인데 이번에 보고서를 통해서 이런 주장을 비판하셨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김범주 입법조사관 / 국회입법조사처 

질문해 주신 글은 지난 4월 31일자로 발간된 적극적 학생인권의 달성과 전문적 교권 존중의 관계에서 학생인권조례 효용의 조절 효과라는 제목의 학술 논문입니다.


경기도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가장 먼저 제정되고 시행된 이후에 매년 학생인권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제 전 일터이기도 하고 이 조사를 수행하는 경기도교육연구원이 22년도에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이 조례를 보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학술 논문은 그 연구 보고서의 일부를 학술논문 형태로 재구성하고 그리고 분석 방법론을 조금 더 정교화해서 작성한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생인권과 교권의 관계에 대해서는 대략 한 20년 전부터 학술적인 논의가 지속적으로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대개 담론 수준이나 또는 법 체계 이상의 분석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 실증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연구 결과 데이터 분석을 한 결과로는 학생인권의 신장과 교권 침해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으로 확인,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가능성 이런 것들이 확인된다는 점을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실질적인 데이터를 통해서 학생인권조례의 영향을 밝혀낸 연구,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학생인권조례가 자신들의 인권을 보장한다고 느끼는 학생일수록 교권을 더 존중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본 근거가 있을까요?


김범주 입법조사관 / 국회입법조사처 

먼저 우리가 교권의 어떤 측면에 주목해야 할 것인가 말씀드릴 필요가 있겠습니다.


크게 보면 교권은 개념상 신분, 재산상의 권리를 기반으로 하는 제도적 측면과 그리고 지적, 기술적 권위를 기반으로 하는 전문적 측면으로 크게 구분됩니다.


학교 조직이 여타의 조직과 구별되는 특징은 결국 핵심 기술인 교수학습 즉 수업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교권이 왜 보장되어야 하느냐, 왜 필요하냐는 교육활동이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 그러니까 잘 가르치기 위해서 필요한 것입니다.


제 연구에서는 후자에 초점을 두어 전문적 조건을 종속 변수로 설정했고요.


제반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적극적 학생인권 달성 정도가 1단위 만큼 증가할 때마다 전문적 교권이 존중되는 정도가 약 14%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 효용이 높은 집단의 경우에는 전문적 교권 존중 정도가 약 22%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학생인권조례 효용이 낮은 집단과 높은 집단을 구분해 봤을 때 사실 낮은 집단은 학생인권 달성 정도가 가장 낮은 상태에서는 전문적 교권 존중 정도가 낮았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인권 존중 정도가 높아질수록 전문적 교권을 존중할 가능성이 아주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결국 아주 높은 학생인권 달성 상태에서는 그 두 집단의 전문적 교권을 존중하는 정도가 수렴하는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서현아 앵커 

존중 받아본 학생이 다른 사람의 인권도 존중했다, 그런데 이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중인 지역에서도 사실 심각한 교권 침해 사건이 여러 번 알려졌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김범주 입법조사관 / 국회입법조사처 

교권 침해가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는 주장은 사실 조례의 의도와는 다른 부작용 그러니까 Side-effect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연구에서는 이런 주장 즉 부작용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고요.


오히려 긍정적인 Side-effect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한 가지 좀 더 말씀드릴 것은 높은 수준의 인권 관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윤리적인 책임을 상호 의무로서 보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일방적인 의무가 강요되는 상태에서는 자칫 착취의 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결국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인권친화적인 환경에 노출되어야 하고 교사에 대해서 비인권적이거나 반인권적인 행위들이 용인되지 않는 학교의 풍토와 문화를 만들려는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한편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한 지역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생활지도라든지 어떤 학부모 상담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고 인식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범주 입법조사관 / 국회입법조사처 

두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첫 번째는 교사들의 인권 경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도 학교 현장에서 교사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마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조례 시행에 따른 학교의 인권교육 수준이 그다지 높지 못한 이유가 있습니다.


교원들도 마찬가지로 과거에 충분한 인권교육을 받지 못했고요.


인권친화적 환경에 노출된 정도도 현저하게 낮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꿔서 얘기하면 이 조례가 효과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선생님들께서 인권친화적인 학교 환경에 효능감을 느끼는 그런 기회가 조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현실적인 부담감이 이 데이터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고요.


두 번째는 일선 교사를 지도, 감독하는 자들에 관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교사는 직무상 권한에 대한 침해가 지도, 감독권을 가진 교장이나 교육감 등에 의해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그 권한을 가진 분들께서 교원에게 생활지도와 상담 업무를 인권친화적으로 수행하라고 요구하면서 과연 교원들에게 인권친화적인 접근과 태도를 취했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교사들이 여기에 대응하거나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훨씬 더 심화된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합니다.


서현아 앵커 

국회에서 최근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직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학생인권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꼭 담겨야 되는 내용이 있다면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김범주 입법조사관 / 국회입법조사처 

법 규범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우리 사회가 현재 무엇에 주목하고 있는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가를 명시적인 문헌으로 기술하는 것입니다.


현재도 초중등교육법 제18조4에 학생의 인권 보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1대 국회에서 이것을 조금 더 구체화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었다고 얘기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일정상 임기 만료로 폐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제22대 국회에서 이 논의가 재개될 때에는 교원에게 학생인권 보장에 관한 부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교원을 비롯해서 여러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 교원들이 학생인권친화적인 환경에서 교육 활동을 할 수 있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어떠한 여건을 조성해야 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법률에 담을 필요가 있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논의를 보면 학생인권 관련 법률안이 자칫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매우 커 보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피하고 차후에 새 법률이 시행됐을 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전 입법 영향 분석과 같은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전문적이고 실증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학생인권 관련 법률의 개정이나 또는 재정에 관한 논의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인권은 정말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아주 보편적인 가치입니다.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 가치도 지켜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박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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