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이 대박 났어요"…전직 초등교사의 '파격 변신' [이일내일]

김소연 2024. 5. 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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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초등학교 교사 출신 강연가 홍석영 씨
"막상 임용고시 합격 후 스트레스, 공황장애까지"
자유로운 영혼 펼치며 강연…"새로운 기회의 연속, 즐거워"
20240425, 인플루언서 홍석영 선생님 인터뷰./ 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안녕하세요. 초등학교 교사였는데요. 관뒀습니다…전한길 선생님께서 성공하려면 미쳐라, 미친놈이 성공한다고 하셨다네요? 이미 미친 것 같으니 성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됐다고 하던가. 초등학교 교사 일을 그만두고 수강하던 마케팅 수업의 과제로 만든 1분짜리 자기소개 영상이 하룻밤 사이에 대박이 나면서 홍석영 씨는 단숨에 주목받는 인플루언서이자 강연가가 됐다. 해당 영상은 공개 4개월 만에 조회수 140만회를 넘겼고, 이후 홍씨의 솔직한 입담이 주목받으면서 그의 강연을 듣고 싶다는 사람들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퇴사한 후 스마트폰 교육과 컨설팅 전문 강연자로 '전업'한 홍씨는 라이프 스타일까지 강연 주제를 넓히는 한편 "두바이 강연을 앞두고 있다"며 지역 역시 국내를 넘어 글로벌한 모습을 보였다. 여러 해외 경험으로 체득한 능숙한 영어 실력뿐 아니라 무한 긍정 에너지는 홍씨의 가장 큰 강점이다. 인터뷰 당시 "아직 (두바이) 강연 장소도, 강연 계획도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지만 일단 가서 부딪혀보려고 한다"면서 환한 미소를 뽐내던 홍씨의 당당한 자신감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할 수 있다'는 기운을 전달했다.

홍씨의 이력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보통의 교사들과 다른 부분이 엿보인다. 교대 입학 후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한 임용고시 준비에 집중했던 동기들과 달리 홍씨는 "미국에 워킹 비자로 작은 놀이공원에서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성적에 맞춰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주변의 추천에 교대에 진학했지만, 다른 꿈을 꾸게 됐다는 것.

이후에도 캐나다, 독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외국인 노동자'로 일했던 홍씨는 정작 임용고시 통과 후 학교에 다니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힘든 학생이 있어 결국 그만두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퇴사 후 새롭게 시작한 일들이 "너무 재밌다"는 홍씨는 "급하게 일을 벌이는 것 치고는 뭔가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40425, 인플루언서 홍석영 선생님 인터뷰./ 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87년생 홍석영입니다. 초등학교 교사를 지난해 9월에 그만뒀고, 지금은 강연하고 있습니다. 강연을 하기 위해 영어학원도 오픈했고요.

▲ 퇴직 후 '백수가 됐다'는 자기소개 영상으로 그야말로 '빵' 떴어요. 100만뷰를 넘긴 해당 영상에서 '스마트폰 컨설팅' 강연을 하고 싶다고 밝혔는데요.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건 2015년이었습니다. 그때 저희 반 학생들이 의도한 건지 실수한 건지 단톡방에 저를 초대했어요. 당시 제가 5학년 담임이었는데, 잠깐 휴대전화를 확인하지 않아도 '300+'로 알람이 뜨더라고요. 내용을 보면 이모티콘과 비속어가 남발되는 의미 없는 대화였어요. 그래서 상담하러 오는 부모님들께 '아이들이 최대한 스마트폰을 적게 썼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죠. 아이들의 이런 패턴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도 볼 수 있는데, 스토리를 20개, 30개씩 올리더라고요. 투표 기능도 쓰고,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도 하고 일종의 놀이 문화가 됐어요. 스마트폰을 공부하면서도 계속 쪼개서 사용하다 보니 사용 시간이 길지 않더라도 집중력도 떨어지고, 독서보다는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으니 어휘력과 문해력도 떨어지는 게 해마다 체감이 되더라고요.

▲ 현대 사회에서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완벽하게 떼 놓을 수 없는 환경인데,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나요?

애들이 엄정 대응한다는 표현 자체를 모르고 '엄청' 대응한다고 말하더라고요. 그게 아니라 엄정 대응이라고 설명을 하면서 선생님이 엄하시다, 엄벌에 처한다 같은 맥락의 예시를 들어줬는데도 못 알아들어서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상담받고 싶다면 선생님에게 연락하라'고 했어요. 아이들과 상담도 하고, 어떻게 시간제한을 둘지 함께 목표를 정했어요. 그랬더니 2시간이 1시간이 되고, 의미 있는 변화가 있더라고요.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 '이렇게 컨설팅을 하면 되겠다'는 방향성이 나왔어요. 무엇보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 기기에 과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아이비리그 박사 출신인 친구가 수업을 듣는데, 젊은 사람들은 노트북으로 타이핑하면서 듣고, 노교수 들은 펜으로 가끔 필기만 하는데 질문하는 걸 들어보면 노 교수가 훨씬 통찰력 있다고 하더라고요. 노트북으로 타이핑하는 작업이 오히려 사고하는 능력을 저하하고, 집중을 방해하는 거죠. 특히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외식하거나 할 때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에서 지내다 오니 그런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 교사 출신이지만 다채로운 해외 경험을 한 거 같아요.

성적에 맞춰 교대에 진학했지만, 막상 교사는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많이 놀러 다니고, 외국인 교수님 수업만 듣고, 미국에 워킹 비자로 놀이공원에서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신청해서 다녀오고 했어요. 그렇게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죠. 그러다 어쩔 수 없이 임용 공부를 해야 할 시기가 왔는데, 그때 딱 노량진에서 공부할 만큼의 돈만 있었는데 좋아하던 '남사친'을 보러 충동적으로 대만에 갔어요. 당연히 임용고시는 떨어졌고, 2011년부터 사립초등학교에서 영어 강사를 했습니다. 사립초는 영어를 가르치는 환경이 조금 달라서 그 생활에 또 재미를 느꼈어요. '임용고시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3년 정도 강사를 하다가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나이 제한이 가까워져 오는 거에요. 그래서 '신청해보자' 했는데 합격해서 캐나다로 가게 됐죠.

▲ 캐나다에서는 어떤 일을 했을까요?

TED에 중, 고등학생을 위한 수업이 있는데, 저는 그 수업을 위한 후원금을 받는 자원봉사 일을 했어요. 또 근처에 풍력발전소에 견학 오는 학생들에게 수업하는 자원봉사 일도 하고요. 일단 가르치는 일은 계속하고 싶어서 자원봉사 직책부터 구했고, 돈을 벌기 위한 일을 찾았는데 '바텐더' 구인 글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바텐더 민간 자격증도 땄는데, 처음엔 당연히 구직에 실패했고요.(웃음) 그 후 직업박람회를 찾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찾은 직장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었어요. 연회비만 수천만원인 토론토의 오래된 사교 요트 클럽이었는데, 유명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입상했던 분이 헤드 셰프로 있던 곳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제가 그곳에 어떻게 뽑혔는지 모르겠는데, 거기서 엄청난 부자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를 봤어요. 돈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거 같아요.

▲ 독일은 어떻게 가게 됐을까요?

한국에 돌아와서 기간제 교사를 하다가 3개월 정도 정말 '빡세게' 공부해서 임용고시에 합격했어요. 1년 반 정도 후에 발령이 날 수 있다고 해서 독일로 갔죠. 무역캠프에도 참여하고, 거기서도 이런저런 것들을 했어요. 한국에 돌아오고, 학교에 가니 '이제 다른 길을 찾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심해져 공황장애까지 왔어요. 숨도 못 쉴 정도였죠. 어찌어찌 극복하며 교사 생활을 계속했지만, 결국 저희 반에 있던 힘든 학생 때문에 그만두게 됐어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턱관절이 안 벌어지고, 고개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1년을 마치지도 못하고, 1학기 종료 후 퇴사하게 된 거예요. 6월에 사직 의사를 밝혔을 땐 주변에서 '그래도, 교사가 좋은데 왜 그만두냐'고들 하셨는데, 7월에 서이초 사건이 터진 후 '이래서 그만두는구나' 하고 이해해주시더라고요. 두 달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20240425, 인플루언서 홍석영 선생님 인터뷰./ 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 퇴사 후, 그동안 어떠셨어요?

너무 재밌었어요. 만나는 사람들도 많고, 다양해요. 교사를 그만두면서 '뭘 해야겠다'고 명확한 계획을 세운 건 아니에요. 인스타그램도 계획해서 한 게 아니에요. 올해 초, '마케팅을 배워볼까?' 해서 수업을 들었고, 과제로 1분 자기소개 영상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거 같아서 올렸죠. 제가 만약 뭔가 '새롭게 제대로 해보자' 했다면 새 계정을 만들어서 올렸겠죠. 정말 가볍게 올린 영상인데 주목받았고, 댓글이 엄청 많이 달려서 처음엔 제가 뭘 잘못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댓글 내용들도 다 좋더라고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싶어서 인스타그램에 주기적으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고, 팔로우 수도 빠르게 늘었어요. 정확히 3주 후에 팔로어분들을 모시고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어요. 처음엔 '누가 올까' 걱정도 됐는데, 강연 신청도 꾸준히 들어오고, 제가 교사였다면 만날 수 없던 사람들도 만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영향력이 커지는 걸 느끼게 됐어요.

▲ 강연하면서 아카데미 등 사업도 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저는 김창옥, 김미경 선생님과 같은 강연자가 되는 게 목표에요. 지금은 유명한 강연자들도 초창기 땐 강연을 후원하셨던 분들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아직 서포트를 받지 못하고, 강연도 항상 들어오는 게 아니라서요. 강연하는 삶을 위해 필요한 돈을 벌어야겠더라고요. 아카데미는 영어 학원인데, 스스로를 서포트하기 위한 도구에요.

▲ 두바이 강연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유명한 선생님들이 해외에서 강연하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전 영어도 되니까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웃음) 처음엔 팔로우 수를 좀 더 늘려서 가볼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팔로우가 8000명이든, 8만이든, 80만이든 그 사람들은 어차피 저를 모르잖아요. 아무 의미가 없겠더라고요. 그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비행기표를 사고, 숙소도 예약했어요.

▲ 진취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빠른 실행력을 보면서 '금수저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게 해요.

전혀요. 아카데미 수업은 공유 오피스에서 하고 있고요. 학원 임대 이런 것을 구하고 하는 비용도, 시간도 저에겐 부담이더라고요. 학교에서 정규 교사들이 자리를 비울 때 대신하는 시급 2만5000원 시간 강사 일도 계속하고 있어요. 두바이 비행기표는 중국을 경유해서 가는 가장 저렴한 78만원짜리로 예약했어요.(웃음) 제가 찍은 영상 중에 '학교에서 10년 넘게 일해도 한 달 실수령 월급이 290만원이었는데, 부자들이 돈 버는 법을 따라 해서 제가 진짜 월 1000만원을 벌 수 있는지 지켜봐 달라'는 게 있어요. 저도 제가 궁금해요.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 두바이에서는 어떤 강연을 할 계획이신가요?

일단 한국의 최신 정보와 제 포부에 대해서 말하려 해요. 솔직히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어요.(웃음) 제가 목요일에 두바이에 도착하는데, 금요일부터 장소 섭외를 하고, 제 얼굴을 크게 박아 전단지를 제작할 거예요. 토요일, 일요일엔 현지 네트워크 모임에 참석해 홍보하고요. 현지에서 오프라인으로 참석 신청이 가능하더라고요. 월요일에는 대형 쇼핑몰 주차장에서 차주들에게 직접 전단지를 뿌리며 초대하려고요. 그들에게 저 같은 약간 이상한 애가 신선하지 않을까요?(웃음) 그걸 노리고 있어요. '강연 때 최소한 한 번은 웃긴다'가 제 목표이기도 해요.

▲ 제2의 삶을 시작하고 있는데, 최종적인 목표는 뭘까요?

'인류공헌'이요. 너무 허무맹랑한가요? 그런데 전 인류공헌이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가진 걸 나누는 게 인류공헌이죠. 금전적인 욕심은 어느 정도 차면 의미가 없어질 거 같아요. 30평대 자가 아파트와 고급 승용차 정도만 있다면, 더 욕심내진 않을 거 같아요.(웃음) 제 얘길 들으면서 사람들이 긍정적인 기운을 얻고, 좋은 경험을 나눴으면 좋겠어요. 그게 인류 공헌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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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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