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원로들 “尹, 두루뭉술한 답변 안돼…소통 진정성 보여야”

9일 2주년 회견… 원로들 제언
김형오 “입장 솔직히 밝히면 될 것”
문희상 “행동 보여줘야 신뢰 회복”
전문가 “국민에 공감 태도 보여야”
민주당 “실효성 있는 국정쇄신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8일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얼마나 진솔한 모습으로 소통 의지를 보여 줄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대통령실이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가능한 자유롭게 질문을 받겠다고 밝힌 만큼 기자회견에서는 각종 민감한 현안에 관한 질문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이 같은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얼마나 진솔하고 열린 태도로 답변하느냐에 따라 총선 패배 이후 분출된 소통 미흡에 대한 비판 여론이 수습될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정치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주제를 가리지 말고 자기 입장을 솔직하게 밝히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이 이 모든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이번에는 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는 인식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의 방향성은 맞지만 의·정 갈등을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무능한 정부라는 생각을 줬기 때문에 국민의 우려에 대해 ‘깊은 유감이다’라고 사과도 하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박절하게 대할 수 없다’고 했던 때와는 달리 총선 패배 후인 이번 기자회견은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안 하느니만 못한 기자회견이 되지 않으려면 민감한 사안들에 대통령이 얼마나 진정성 있고 변화된 모습으로 답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솔직하게 설명하고 앞으로 계속 소통해 나가겠다고 하면 국민의 이해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국민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 주는 것을 윤 대통령의 최대 과제로 꼽았다. 채 교수는 “‘지금까지 내가 이만큼 잘했는데 안 알아준다’는 식으로는 안 될 것”이라며 “본질은 ‘민생’이다. 열 군데 정도 민생 탐방을 다녀 보고 그 이후에 야당과 민생 회복을 위한 조처를 마련해 보겠다는 식의 약속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논어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사자성어를 들어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는데 지금 윤 대통령에게 신뢰가 있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인 신뢰 회복 조치들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여당은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진솔한 성찰’을 보여 주길 당부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우선적으로 2년 동안 국정 운영을 하면서 국민적 기대에 못 미친 것에 대해 진솔한 성찰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고 조해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소한 의혹조차도 오만한 인식과 부실한 대응으로 스스로 파문을 키우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어렵게 만든 정치적 아마추어리즘에 대해서 철저한 자기분석이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찬대 원내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두고 “실효성 있는 국정쇄신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에서 국민은 민생을 살려라, 국정 기조를 전환하라고 명령하셨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국정 기조 변화, 민생 중심 국정으로 희망을 만들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했다.

박지원·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