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누구를 위한 민생지원금인가

김세희 2024. 5. 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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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정치정책부 기자

4·10 총선이 끝난 현재 시점에서 정국을 주도하는 키워드는 민생이다. 총선에서 압승한 자신감이었을까. 먼저 구체적인 정책 어젠다를 던진 쪽은 민주당이었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이 끝나고 이틀 뒤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나눠주자고 제안했다. 나아가 이 대표의 최측근인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이를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취임 인사차 예방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도 수용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처분적 법률을 활용해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할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처분적 법률이란 행정부나 사법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국민에게 권리·의무를 생기게 하는 법률이다. 행정부의 고유 권한인 행정처분을 국회가 행사한다는 점에서 삼권 분립에 위배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정도면 21대 국회처럼 의석수를 기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언뜻 보면 매력적인 정책일 수 있다. 일회성 성격을 갖지만 성별, 나이, 계층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현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이 8명인 대가족이라면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정치인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복지 대상자를 선별하고 부당수급자를 찾아내는 등의 행정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보편적 복지'를 구현하고, 지지층(?)까지 확보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문제는 민주당이 기대하는 내수 진작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분석을 참고하면,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 5월 전 국민대상으로 지급된 1차 코로나 재난지원금 14조원 중 실제 소비 진작으로 이어진 것은 26.2%~36.1% 정도다. 예를 들어 평소 100만원을 소비하던 가구가 지원금 지급으로 130만원을 썼다는 얘기다. KDI는 "원래 본인 소득으로 소비했을 부분을 지원금으로 대체하고, 다른 소득은 저축이나 부채 상환에 사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가재정 현실과도 맞지 않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겼던 국가채무는 1년만에 1100조원을 돌파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3회계연도 국가채무가 1126조7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대비 무려 59조4000억원이 늘은 규모다. 국가채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50.4%에 달했다.

국채 발행(정부가 돈을 빌린다는 의미)을 통한 재원 조달 방법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36조8000억원이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뺀다면 적자는 87조원으로 늘어난다.이미 재정적자에 빠진 상황에서 13조원 추가 재정 지출은 더 큰 적자를 초래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현상도 뒤따라온다. 실제 코로나 재난지원금은 물가 상승 압력을 확대했다. 한국은행이 2022년 6월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M2(광의통화) 규모는 팬데믹 기간인 2020년 3월말 2경9868조원에서 2022년 4월말 3경6737조원으로 약 23% 증가했다. 한은은 해당 보고서에서 "가계소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재정지원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현재는 팬데믹 같은 전례없는 위기 상황도 아니다. 이런 시점에서 소득과 자산 수준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현금을 나눠줄 이유는 없다. 오히려 재정낭비일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국민이 피땀흘려 번 돈에서 나온 세금을 심도 깊은 고민 없이 쓰려고 한다는 점이다. 말로는 2030 청년세대를 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10년 뒤 벌어질 재정 고갈은 안중에도 없다. 아니 예측하고 대비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 때는 자신들이 정치를 안 할 것이란 말인가. 우리나라 대통령은 5년에 한 번씩 바뀌고, 국회의원은 4년에 한 번씩 바뀐다. 그러나 정작 민생회복을 위한 장기 대책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항상 '언 발에 오줌누기'용 정책만 남발한다. 민주당에게 묻고 싶다. 총선이 끝나고 야심차게 내놓은 민생회복지원금 정책은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인가. saehee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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