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불임 연구자의 연구, 암 면역치료 한계 극복 '실마리'

박정연 기자 2024. 5. 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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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과학자의 연구가 유방암, 페암 등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단서가 됐다.

불임 연구 과정에서 주목한 단백질이 기존 면역요법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불임 치료 연구를 하면서 이 단백질을 접한 허 교수는 SAS1B 단백질이 암 치료를 위한 면역요법에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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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SAS1B' 단백질을 암 치료에 활용할 것을 제안했던 존 허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 버지니아대 제공

고인이 된 과학자의 연구가 유방암, 페암 등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단서가 됐다. 불임 연구 과정에서 주목한 단백질이 기존 면역요법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년 전인 2016년 세상을 떠난 존 허 미국 버지니아 의대 교수가 생전 주된 연구 주제로 삼았던 'SAS1B'란 단백질이 다양한 고형암 세포 표면에서 발견되며 정상 세포 표면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특성은 암세포의 특징적인 부분을 겨냥한 뒤 공격하는 면역요법 치료를 고형암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한다.

연구 결과는 허 교수의 동료였던 크렉 슬링러프 버지니아 의대 교수가 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암 면역요법 저널'에 발표했다. 허 교수는 이 연구 논문의 수석저자로 등재됐다.

비뇨의학과 전문의였던 허 교수는 본래 불임 치료가 전문 분야였다. 생전 일반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남성용 불임 검사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SAS1B 단백질은 여성의 생식 세포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이다. 여성 불임 치료 연구를 하면서 이 단백질을 접한 허 교수는 SAS1B 단백질이 암 치료를 위한 면역요법에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8년 간의 연구는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슬링러프 교수는 허 교수의 연구를 이어갔다. SAS1B 단백질을 유전자증폭(PCR)한 뒤 그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면역형광법(IIF)을 실시했다. 단백질에 형광 마커를 붙이고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표면에서 어떻게 결합하는지 관찰했다.

분석 결과 SAS1B 단백질은 고형암 세포 표면에서만 발견됐다. SAS1B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항체와 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을 부착하거나 키메라항원수용체T세포(CAR-T세포)를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CAR-T세포 치료제는 정상 T세포가 암세포의 특징적인 부분을 겨냥하고 파괴하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현대 의학의 난제인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간 CAR-T 세포 치료제가 고형암 치료로 확장되지 못한 이유는 특징적인 표적을 정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SAS1B 단백질의 암세포에서 선택적으로 존재하는 능력은 악성 고형암 치료에 큰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했다.

슬링러프 교수는 "면역요법은 암 치료의 혁명을 일으키고 있지만 일부 암은 적절한 표적이 없기 때문에 통하지 않는다"며 "허 교수가 시작한 이 연구가 어려운 암을 가진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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