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심의 논란 방심위, 이번엔 케이블채널 때려잡나

금준경 기자 2024. 5. 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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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과징금 3회 반복시 PP채널 등록취소 검토 건의
요청 수용되면 지상파보다 PP 규제가 더 엄격해져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방송사 중징계와 인터넷언론 심의 등 과잉심의 논란을 빚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케이블 등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채널을 심의에 따라 등록취소까지 건의할 수 있는 제도 개편을 요청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방송채널사용자업자(PP)에 대한 심의제재 실효성 강화를 위한 협조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방송심의 관련 배점 기준표인 'PP평가 기준 및 절차표준안'의 심의제재 부문 배점을 상향할 것과 1년에 동일한 심의규정 위반으로 3회 과징금을 부과 받는 경우 채널 등록취소까지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해달라고 요청했다. PP는 흔히 케이블채널이라고 불리는 유료방송(IPTV, SO, 위성방송)을 통해 보는 채널로 등록사업자다. CJENM 계열 채널과 경제전문채널들이 대표적인 PP다.

방심위는 “등록 PP의 경우 재허가 재승인을 받지 않고 제재조치의 불이익보다 위반행위로 얻게 되는 이익이 더 커 동일 심의규정을 위반한다는 국회 및 언론의 지적”을 전하며 “일부 PP에서 동일 심의규정 반복 위반 사례가 실제로 발생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다. 예컨대 방심위는 정연주 위원장 체제 때인 2022년부터 방송에 의료인이 출연해 소속 병원의 전화번호를 연결하는 방송에 과징금 21건을 의결했으나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 외에도 경제전문가로 출연한 패널이 자신이 관여된 오픈채팅방 등을 언급하는 행위도 다수 적발됐다. 과징금 액수보다 관련 협찬으로 얻는 이익이 크기에 제재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 과징금 제재를 받은 불교TV 닥터스 방송화면 갈무리.

방심위 요청대로 3회 과징금 부과시 채널 등록취소까지 검토하게 되면 오남용 소지가 크다. 지상파방송사도 과징금 결정을 3회 받는다고 재허가 취소가 되지 않는데, 결과적으로 PP채널이 지상파보다 더욱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된다. 한 PP업계 관계자는 “PP채널은 등록사업자로 허가나 승인 사업자와는 엄연히 다르다. 이 점을 간과한 채 과잉 규제를 논의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정책 방향에도 충돌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과기정통부 소관 허가·승인 사업자인 홈쇼핑과 유료방송플랫폼의 재허가·재승인을 폐지하는 등 방송심사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PP는 등록사업자라 관련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데 방심위 요청을 정부가 수용하면 기존 규제 대상 사업자의 규제는 완화한 반면 규제 대상이 아닌 사업자의 규제를 강화하는 모순으로 이어진다.

실제 방송 내용을 이유로 한 PP 등록 취소 사례는 없다. 방송법 제정 이후 2021년 최초로 PP사업자 등록 취소가 이뤄졌는데 이는 폐업신고를 마치거나 5년 이상 방송을 하지 않은 사업자에 한해 내려진 조치다. 당시 개정된 방송법에 따르면 5년 이상 방송을 하지 않은 경우와 폐업 신고수리를 받지 않고 폐업한 경우에 한해 PP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특정 방송을 타깃으로 등록취소를 목적으로 심의가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2015년 Mnet의 '쇼미더머니' 프로그램은 방송의 욕설 등이 문제가 돼 과징금 제재를 두 차례 받았다. 방심위 요청을 수용해 제도를 개편하면 욕설 방송으로 채널의 존폐까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지난해부터 관련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는데 여권 추천 방심위원조차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지난해 9월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류희림 위원장이 PP 등록취소 건의가 필요하다고 발언하자 여권 추천 황성욱 위원은 등록 취소를 건의하기보다는 과기정통부에 심의제재 사실을 통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해도 정부부처가 나서서 직접 (방송사에)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징금 액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위원회 차원에서 고민할 수 있지만 행정부에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관련 규제의 악용 우려에 관한 입장을 요청했으나 방심위 관계자는 “보도자료에 낸 것처럼 문제의식을 갖고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요청을 해놨지만 이후에 (제도 개편이) 어떻게 될지 몰라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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