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이 달려간 의외의 나라…매년 한곳씩 공장 짓는다는데

남아시아로 엑셀 밟는 현대차
방글라데시 등 인도 접경국
부품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
관세 낮고 운송비 부담작아

현대자동차의 인도 전략형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엑스터’. [사진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지난 5년 간 인도 인근 지역에만 4개의 조립(CKD)공장을 세우고 신규 생산을 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완성차 공장보다 비용 부담이 적은 CKD는 완성차 업체가 신흥국 시장 신규 진출에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년 새 두 차례 인도를 찾으며 인도 시장 공략에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인도와 국경을 접한 남아시아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5년 간 남아시아 4개국에 신규 승용차 조립공장을 세우고 생산을 개시했다. 2020년 남아시아 2위 시장인 파키스탄에 이어 2022년에는 남아시아 3위 시장 방글라데시, 지난해 9월에는 스리랑카, 올해 3월에는 네팔 공장이 차량 생산을 시작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가 해외에 구축한 조립 공장은 총 6곳이다.

CKD는 조립공장 방식의 한 형태다. 부품 상태의 제품을 수출해 완성품 수출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 받는 방식이다. 관세가 낮은 만큼 현지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운송비도 아낄 수 있다. 공장에서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어 현지 정부에게서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기대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장점을 살려 2010년대 후반까지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조립 공장을 구축해왔다. 2011년 1공장을 베트남에 구축한 데 이어 라오스, 미얀마에 진출했다. 베트남에는 2018년 상용차 조립공장, 2022년에는 승용차 생산 제2공장까지 세웠다. 그 결과 지난해 베트남에서는 현대차가 도요타를 꺾고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현대차가 이 전략을 남아시아로 가져온 것은 해당 지역이 동남아 못지 않게 잠재 시장 가치가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등 인도 접경 4개국은 총 인구가 5억 명에 달하지만 아직 신차 시장이 활발하지 않다. 인구 약1억 7470만명의 방글라데시는 아직 중고차 판매가 전체 차량 판매의 80% 가량으로 신차 판매를 압도하고 있지만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라이트캐슬 파트너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차량 판매 중 7%에 그쳤던 방글라데시 신차 판매 비중은 2020년 16%로 늘었다. 파키스탄은 인구가 약2억 4520만명이지만 지난해 신차 판매량은 18만대에 그쳤다. 현대차의 파키스탄 시장 점유율은 2%정도로, 스즈키,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가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인도 인근 권역들인 만큼 이미 준수한 성적표를 내고 있는 인도 시장 판매 전략을 유사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현대차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알카자르’, 소형 SUV ‘크레타’, ‘엑스터’ 등 인도 전략 차종만 3종을 갖추고 있다. 터번을 쓰는 문화에 따라 차고를 높이고, 도로 사정을 고려해 SUV로 개발한 차종들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시장서 출시한 엑스터를 올해 네팔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방글라데시에도 크레타, 전장을 늘린 버전인 ‘크레타 그랜드’등 인도 전략 차종들을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