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차’ 쏘나타를 한번 더 타고 싶은 이유 몇 가지[김준의 이 차 어때?]

김준 기자 2024. 5. 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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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승용차를 고르라면 현대자동차 쏘나타를 꼽고 싶다. 쏘나타는 1985년 처음 세상에 나온 이래 40년 동안 한국 소비자들과 삶을 같이하고 있다.

쏘나타 디 엣지. 현대차 제공

국산 ‘최장수 모델’이지만 모태는 이탈리아 카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만든 스텔라였다. 쏘나타는 스텔라의 외형을 버린 2세대와 3세대 모델을 거치면서 ‘국민 세단’이란 칭호를 얻었다.

2ℓ 가솔린 엔진이 뽑아내는 (당시로는) 넉넉한 출력에, 준대형차 못지않게 널찍한 실내공간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쏘나타는 자가용뿐만 아니라 ‘시민의 발’인 택시로 가장 많이 팔린 차이기도 하다. 쏘나타를 살 형편이 못되던 직장인에게 출퇴근 때 만나는 쏘나타는 자가용이나 다름없었다.

2019년에 8세대 모델이 나오고, 최근 외형을 신차급 수준으로 완전히 바꾼 쏘나타 디 엣지가 나왔지만 쏘나타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국민 세단 자리는 이미 수년 전에 그랜저에 내줬다. 10여 년 전부터 불어닥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는 결정타가 됐다. 게다가 탈 탄소라는 ‘시대적 전환기’에 접어들면서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에도 밀리는 처지다.

쏘나타와 함께 인생을 살며, 그의 ‘40년’을 지켜본 입장에서는 조금은 안타깝고, 슬프기까지 하다.

소비자들은 현명한 판단을 했을 것이다. 최근의 SUV들은 세단 못지않은 주행 성능, 넓은 트렁크 공간, 높은 야외 접근성을 갖고 있다. SUV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럼에도 ‘쏘나타에 한 번 더 눈길을 주세요’라고 청하고 싶은 것은, 그가 ‘인생 친구’일 뿐만 아니라 SUV는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를 경험했지만 제일로 꼽는 차는 역시 ‘세단’이다. 최고의 차는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멈춘다. SUV 중에도 이 세 가지 덕목을 갖춘 차들이 더러 있지만, 차고가 높은 형태적 특성으로 초고속이나 급코너 같은 한계 상황에서는 세단에 밀린다. 적어도 자동차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는 싼타페나 쏘렌토 같은 SUV보다 세단인 쏘나타가 유리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견해를 자신 있게 던지는 배경이 있다. 쏘나타의 높아진 완성도다. 8세대를 거치면서 쏘나타가 한층 성숙해지고, 좋은 밸런스를 갖게 됐다는 생각이 시승 내내 떠나질 않았다. 차에 익숙한 이들은 더욱더 재밌는 운전이 가능하고, 초보자는 금세 적응하도록 진화했다고 느꼈다.

쏘나타 디 엣지 실내. 현대차 제공

쏘나타 운전대는 정지 상태에서 아주 부드럽게 조향 된다. 전기모터가 조향을 도와주는 EPS 시스템인데, 잘 다듬은 유압식 운전대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날리지 않고 묵직한 맛이 난다.

최근 현대차 주요 모델에 사용되고 있는 칼럼 타입 변속기도 칭찬할 만하다. 조작하기 쉽고 모양새도 이쁘다. 라디오와 공조 버튼도 복잡하지 않고 직관적이어서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은 초보 운전자나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 운전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심장’이 다양한 것도 장점이다. 2.0ℓ 가솔린과 LPG, 1.6ℓ와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 중에 선택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를 고를 수도 있다. 엔진 가운데는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 모델이 인기가 높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의 다양한 차량에 사용된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는 27.0㎏·m의 힘을 낸다. 이 정도 출력이면 일상 주행용으로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실제 주행에서도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터보 랙도 일반 운전자들은 느끼기 힘들 정도다. 운전자가 원할 때는 거의 즉각적으로 필요한 출력이 터져 준다.

더 매력적인 것은 연비다. 8단 자동변속기가 사용되는데, 고속도로에서는 18~19㎞/ℓ까지 나온다. 정체가 제법 심한 출퇴근길에서는 10~11 ㎞/ℓ, 일반적인 도로 상황에서는 14~15㎞/ℓ를 기록했다. 굳이 하이브리드카를 살 필요가 없는 셈이다.

연비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출력에 갈증이 있는 운전자라면 2.5ℓ 가솔린 터보엔진을 고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는 43㎏·m가 나오니 ‘준 고성능’ 차량쯤 된다. 다른 차량에 장착된 이 엔진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 4기통치고는 무척 매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쏘나타 주행 질감은 차분하고 탄탄하다. 235/45/18인치 사이즈의 타이어와 휠이 서스펜션 지오메트리와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포장이 좋지 않은 도로에서도 타이어의 상하 움직임이 빠르고, 스트로크도 길지 않아 차가 좀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탄탄한 차체는 높은 주행 안정성을 보장하는 첫 번째 요소다. 쏘나타에 사용된 현대차그룹의 3세대 플랫폼은 이전 플랫폼보다 높은 강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덕분인지 쏘나타의 직진 안정성은 국산 프리미엄 세단에도 밀리지 않는 느낌이다. 고속주행 때의 안정감도 상당한 수준이다.

강건한 차체에 서스펜션이 잘 다듬어진 차량은 코너링이 재밌다. 회전반경이 작은 나들목을 제법 빠르게 탈출해도 쏘나타는 놀라지 않는다.

쏘나타 디 엣지. 현대차 제공

세상의 모든 차가 그렇듯, 쏘나타에도 좀 더 다듬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센터 콘솔 앞부분에 만든 스마트폰 충전 공간이 너무 휑하고 엉성해 보인다. 일부 모델에만 적용되는 것 같은데, 대시보드 하단의 줄무늬 마감재는 값싼 시트지 같은 느낌이 드니 교체했으면 좋겠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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