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적 사고’, 이토록 럭키한 밈이라니 오히려 좋아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니스트 2024. 5. 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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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MZ세대 사이에서 널리 쓰이면서 대중적인 ‘밈’으로 자리 잡은 ‘오히려 좋아’는, 예상치 못한 안 좋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이는, 마음의 태도, 자세에 관한 것이다. 누가 봐도 불리한 처지에 놓였음이 분명한데 마치 그 불리함이 곧 다가올 유리함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대하는 모습으로, ‘새옹지마’나 ‘전화위복’이란 고사성어가 내포하는 의미와 나름 비슷하다고 할까.

흥미롭게도 ‘오히려 좋아’의 시작점은 게임 관련 방송이었다. 아프리카TV, 트위치 등에서 게임 관련 방송인들에게 불운한 상황을 역전시키고자 혹은 거기서 비롯되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어느 정도 정신 승리의 뉘앙스가 담긴 현실 회피의 용도로 사용되다가 유명 BJ와 PD, 유튜버를 거치며 오늘의 ‘오히려 좋아’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오늘의 대중화된 ‘오히려 좋아’ 또한 정신 승리의 연장선에 있긴 하다. 그러나 현실 회피나 체념의 또 다른 양상으로서 정신 승리가 아니라, 실재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를 지닌다. 예를 들어, 주어진 상황을 인식하는 시선의 위치에 변화를 줌으로써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생각지 않은 해결법을 찾기도 하니, ‘오히려 좋아’의 유의미한 성과라 할 만하지 않나.

최근 이에 한발 더 나아가, ‘원영적 사고’가 등장했다. 명칭 그대로 그룹 ‘아이브(IVE)’의 멤버, 장원영의 것으로, 본래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유명했던 그녀의 프메(프라이빗 메시지, 실시간 단체 채팅 콘텐츠) 중 일부, 즉 역시나 그러한 사고의 방향이 어김없이 드러난 대목이 어느 팬에 의해 패러디되었는데 해당 게시물이 각종 SNS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퍼지면서 탄생했다.


“제 앞 사람이 (제가) 사려는 뺑 오 쇼콜라를 다 사 가서 너무 럭키하게 제가 새로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야.” 관련하여 유명환 일화에서 그녀가 직접 한 말이자 ‘원영적 사고’의 원본이라 보아도 좋겠다. 여기에 그녀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인 ‘역시 난 럭키비키’가 더해지며 다음과 같은, ‘다 먹기엔 너무 많고 덜 먹기엔 너무 적고 그래서 딱 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럭키비키잔앙’이라는 현재의 ‘원영적 사고’ 밈이 완성된 것이다.

이 패러디 게시물이 더욱 화제가 된 데에는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를 함께 배치한 영리한 구성이 한몫했다. 물이 반만 남은, 주어진 하나의 상황을 각기 다르게 바라보는 세 가지 시각을 대비시켜 놓음으로써, 대책 없이 낙관하는 ‘반이나 남았네’나 좋지 않은 면에 집중하여 비관부터 하는 ‘반밖에 안 남았네’보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것에서 자신이 취해야 할 이로운 요소를 적극적으로 얻어내는 ‘완전 럭키비키’가 훨씬 매력적인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으니까.

그리하여 ‘원영적 사고’라는, 아이돌그룹에서 빚어지는 밈 중, 어쩌면 최선의 결과물이라 할 만한 게 모습을 드러낸 것. 좋아하는 아이돌그룹의 면면을, 무엇이든지 닮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지금의 시대에서 더없이 안온한 현상이다. 안 그래도 엄혹한 세계 속에서 가지각색으로 피어나는 어려움을 헤치고 또 헤치며 살아가야 할 이들에게 ‘오히려 좋아’에서 ‘원영적 사고’로 이어지는 마음새는, 그만큼 필요하나 누구나 지니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일종의 자질이자 재능으로 키워야 하는데, 닮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장착하게 만들 터이니 이토록 유익하고 선한 영향력이 또 없다. 삶의 어느 순간, 아니 종종 어딜 보아도, 누가 보아도 ‘럭키’가 아닌 때를 맞닥뜨릴 수 있다. 실제로도 ‘럭키’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럭키’라 명명하는 순간 ‘나’ 하나에게만큼은 ‘럭키’로 변형되기 시작하여 어느새 주변의 시선까지 바꾸리라.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DB, 아이브 공식 유튜브 ‘IVE’]

아이브 | 장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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