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최고"…인기 시든 카네이션, 풀 죽은 양재 꽃시장 [르포]

오석진 기자 2024. 5. 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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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사람들이 카네이션 사러 줄을 섰는데 지금은 그렇진 않죠."

양재 꽃시장 관계자는 "카네이션뿐 아니라 사실 경기가 어려우면 아무래도 꽃을 잘 사지 않는다"며 "먹거리 같은 필수재들은 아무리 비싸더라도 사지만 꽃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고집하는 손님도 많이 줄었다고 꽃시장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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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새 판매량 50% 감소…부모 세대 "분재가 실속" 자식 세대 "현금드릴 것"
어버이날 아침 서울 서초구 양재 꽃시장/사진=오석진 기자


"옛날엔 사람들이 카네이션 사러 줄을 섰는데 지금은 그렇진 않죠."

8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양재 꽃시장. 60대 여성 A씨는 한 가게에서 삐쭉 튀어나온 가지들을 가위로 쳐내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무심한 표정으로 화분을 다듬으면서 "카네이션이 많이 팔리지는 않는다"며 한숨 쉬었다.

어버이날 아침이지만 양재 꽃시장은 한적했다. 과거 카네이션이 놓였던 공간은 석죽, 맨드라미, 수국, 카라, 델피늄 등 화려한 꽃들이 차지했다. 한 가게는 카네이션을 찾는다는 말에 '우리 가게엔 없고 저 가게로 가보시라'며 다른 가게를 안내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등 팻말이 꽂힌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팔던 40대 남성 B씨는 "카네이션이 어버이날에 잘 팔리는 것은 맞다"면서도 "예전에는 더 잘 팔렸다. 요즘은 그만큼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날 부모님께 꽃을 드리기 위해 시장을 찾은 50대 여성 C씨는 "꽃이 많기도 하고 일반 가게보다 싸게 살수도 있으니 도매시장을 찾았다"며 "일찍 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옛날엔 정말 엄청나게 붐볐다. 그때를 생각하면 오늘은 (꽃시장에)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월별 카네이션 판매량/사진=화훼유통정보


8일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카네이션 판매량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5월 상순에는 8만분이 넘게 팔렸는데 올해 같은 기간엔 약 50% 감소한 약 4만분 정도가 팔렸다.

양재 꽃시장 관계자는 "카네이션뿐 아니라 사실 경기가 어려우면 아무래도 꽃을 잘 사지 않는다"며 "먹거리 같은 필수재들은 아무리 비싸더라도 사지만 꽃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카네이션을 재배하는 농가가 많이 없어져서 카네이션 출하량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8일 양재 꽃시장의 카네이션들/사진=오석진 기자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고집하는 손님도 많이 줄었다고 꽃시장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 시장에서 꽃을 구경하던 70대 후반 여성 D씨는 "요즘은 어버이날에 카네이션보다도 다른 꽃을 받기도 한다. 어제는 벤지 꽃을 받고 작년엔 노란색 카라를 받았다"고 말했다.

D씨는 "꽃들도 좋지만 작은 분재들이 키우기도 쉽고 오히려 실속 있다"라며 "꽃을 선물하고 싶다면 부모님이 좋아하는 꽃을 선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양재 꽃시장 상인 A씨는 "카네이션 같이 꽃을 피우는 식물은 햇볕을 잘 받아야 오래 사는데 요즘은 아파트에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도 많다"며 "몇몇 분들은 아예 꽃이 없는 작은 식물 화분을 어버이날 선물용으로 사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꽃다발을 파는 분들은 카네이션 사이에 장미도 끼워 넣는 등 다양하게 판매해 요즘은 카네이션 단품을 잘 팔지 않는다"고 했다.

젊은 세대는 꽃보다 실용성 있는 선물을 고민한다고 한다. 30대 여성 김모씨는 "어버이날이지만 꽃은 선물로 드리지 않을 예정"이라며 "꽃보다 현금을 드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꽃은 예쁘지만 비싸기만 하고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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