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자 점수난은 비워놔라” 공공 채용 비리 무더기 적발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에서 벌어지는 채용 비리에 관해 신고를 받은 결과, 특정인 특혜 채용 등 ‘불공정 채용’ 66건이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벌어진 직원 자녀 등 특혜 채용과 별개로, 다른 공공기관들에서도 특혜 채용이 다수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채용 비리 통합 신고 센터’를 설치한 뒤로 지난달까지 1년 4개월간 181건 신고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66건(36.5%)에서 불공정 채용이 확인돼 사건을 수사 기관이나 감독 기관에 넘겼다. 87건(48.1%)은 법령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종결했고, 28건(15.5%)은 조사 중이다.
한 초등학교의 기간제 교사 채용에선 ‘합격 내정자’가 3명 있었다. 이 학교 고위 관계자는 교사와 행정직원 등 학교 내부 인사들로 구성된 서류전형 시험위원들에게 이 3명에 대한 평가표만 작성하게 했고, 이마저도 점수란은 공란으로 비워두게 했다. 나머지 지원자들에 대해선 아예 평가표조차 만들지 못하게 했다. 내정자 3명이 높은 점수로 서류전형을 통과하도록 점수를 조작하고, 다른 지원자들에 대한 평가표는 나중에 임의로 만들어 구색만 갖춰놓기 위한 것이었다. 권익위 관계자는 “사실상 다른 지원자들은 ‘들러리’를 세운 것”이라고 했다. 이런 부정 채용은 진행 단계에서 권익위에 신고가 들어왔고, 권익위 조사를 거쳐 지난해 6월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관련자들에 대해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 공직 유관 단체의 경력직 채용에선 고위 간부가 점찍어 놓은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시험위원들에게 특정인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줄 것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채용 담당 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고위 간부가 직원들에게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이런 내막을 조사해 지난해 11월 사건을 대검찰청에 넘겼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채용 비리들은 권익위가 중앙부처 및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난해 진행한 공공기관 채용 실태 전수 조사에서 적발된 사건들과 별개로 신고를 통해 추가로 밝혀진 것이다. 지난해 권익위 등은 중앙·지방 공공기관 1364곳 가운데 불공정 채용 소지가 있는 825곳을 선별해 채용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조사했고, 절반이 넘는 454곳(55.0%)에서 채용 절차 위반이 867건 적발됐다. 44건은 공공기관의 계약직 고위 간부가 채용 공고를 내놓고 퇴사 후 응시해 공공기관 정규직이 되는 ‘셀프 채용’이나,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채용 비리’로 분류돼 임직원 68명이 수사나 징계 대상이 됐고, 823건은 ‘업무 부주의’로 담당자가 주의·경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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