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뭘 더 해야 했나요”…2년 연속 호우에 쓰러진 귀리·보리·밀, 타들어가는 농심

이시내 기자 2024. 5. 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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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찾은 강진읍 학명리 초동마을.

9만9173㎡(3만평)가량 쌀귀리를 재배하는 김두성씨(54)는 한숨을 쉬었다.

강진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도 "150~160㎝까지 자라는 쌀귀리는 보리나 밀보다 2배가량 키가 커 강한 바람에 취약하다"며 "도복 저항성이 강한 품종을 육성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품종 개발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현실 가능한 대책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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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어 재해 연달아 발생
“도복 예방 노력 헛수고, 재해보험도 부족”
5월 5~6일 내린 비로 도복 피해를 본 전남 강진 쌀귀리 재배현장.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했어야 하나요?”

7일 찾은 강진읍 학명리 초동마을. 9만9173㎡(3만평)가량 쌀귀리를 재배하는 김두성씨(54)는 한숨을 쉬었다. 5월5~6일 강풍을 동반한 집중호우로 전체 쌀귀리 재배면적 가운데 60%가 드러누웠기 때문이다. 마치 거인이 밟고 지나간 듯 귀리밭 한복판이 납작하게 뭉개져 있었다.

김씨는 지난해 이맘때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 5월 상순 강한 비바람이 이 지역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당시 강진에서만 600㏊ 쌀귀리 도복피해가 발생했다.

도복 피해를 본 쌀귀리는 수확량과 품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바닥에 드러누워 있어 습도에 취약해 알곡이 잘 여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귀리 표면(종피)도 병원균으로 인해 까맣게 갈변해 상품성이 떨어진다.

김씨는 “지난해 도복 피해로 3000만원 정도 손해를 봤는데 올해도 반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뿐 아니다. 13만2231㎡(4만평) 규모로 농사를 짓는 박정웅 쌀귀리연구회 총무(46)도 “50%가량이 도복·침수됐다”며 허탈해 했다. 박총무도 지난해에 호우로 수확량이 30~35%가량 줄어 손해를 입었다.

강진의 쌀귀리 농가들뿐 아니다. 보성, 해남 등지의 보리·밀 농가들도 2년 연속 같은 피해를 입었다. 전남농협본부(본부장 박종탁)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인한 맥류 피해규모는 1403㏊에 달한다.

농가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피해 이후 도복을 막기 위한 여러 예방책을 썼는데도 또 다시 같은 피해가 반복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쌀귀리가 웃자라지 않도록 추비를 하지 않았고, 칼슘 등을 함유한 도복방지제를 살포해 귀리 대를 튼튼하게 했다”면서 “이것저것 다 해도 피해를 막지 못했다. 막을 수 있다면 그것이 재해겠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강진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도 “150~160㎝까지 자라는 쌀귀리는 보리나 밀보다 2배가량 키가 커 강한 바람에 취약하다”며 “도복 저항성이 강한 품종을 육성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품종 개발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현실 가능한 대책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손쓸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 마땅한 해결책을 떠올리기가 어려운 만큼, 현재 농가의 유일한 안전장치는 농작물 재해보험이다. 지난해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면적은 보리(보성·해남)가 1081㏊, 밀 가입면적은 3516㏊다. 다행히 쌀귀리도 지난해부터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가능한 품목에 포함됐다. 지난해 강진과 해남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은 결과, 재해보험 가입 면적은 5381㏊에 이른다. 

하지만 보험금 산정 기준이 되는 표준 수확량이 10α당 258㎏으로 낮아 이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성국 강진농협 조합장도 “농가별로 10α당 수확량 350㎏는 거뜬히 나오는데 표준 수확량이 100㎏가량이 적게 잡혀 있어 재해보험으로써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며 “지난해 쌀귀리 재해보험 상품 설계 때부터 이같은 문제점을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전남농협본부에 따르면 8일 기준 전남지역 농경지 피해면적은 1752.1㏊로 잠정 집계됐다. 이중 조생종 벼와 시설하우스 등 침수규모가 349.1㏊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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