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균 소득 가장 높아도… “난 중산층 아니다” [4050 그들은 누구인가]

권승현 기자 2024. 5. 8. 11: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3) 경제적 지위·인식의 괴리
전 세대 중 자산규모 가장 크지만
산업화 세대에 상대적 박탈감 커
6070·기득권·보수정당 동일시
반기득권·과잉비보수 성향 뚜렷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40∼50대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산층 지위를 갖고 있지만,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이른바 ‘계급 투표’ 성향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과잉 진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4050 세대의 이 같은 존재와 의식의 괴리 현상에 대해 위 세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실제 경제적 지위와는 달리 ‘나는 중산층이 아니다’라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보수 정당과 기득권층, 위 세대를 동일 선상에 두고 비(非)보수 성향을 공고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산층인데도 가족을 떠받치는 가장으로서 고물가, 고금리 등 경제·민생의 어려움을 생활 속에서 절감하는 세대라는 점도 반여(反與)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월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40대로 438만 원이었으며, 50대가 415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대(255만 원), 30대(379만 원), 60대 이상(243만 원)은 40∼50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자산 규모도 40∼50대가 전 세대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구주 연령대별 자산 규모는 50대 6억452만 원, 40대 5억6122만 원이었다. 그 뒤를 60대 이상(5억4836만 원), 30대(3억8617만 원), 20대 이하(1억4662만 원)가 이었다. 40∼50대는 국내 시가총액 1∼30위 기업 임원의 91.1%를 차지하는 등 전 세대 가운데 가장 경제적으로 안정된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40∼50대가 경제적 지위와 달리 ‘과잉 비보수’ 현상을 보이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0∼50대는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60세 이상 산업화 세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함께 느낀다”며 “이들은 산업화 세대를 기성세대·기득권층이라고 여기고, 기득권층을 보수 정당과 동일시해 ‘반(反)기득권’ 정서를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산업화 단계에선 40∼50대만 돼도 기성세대로 여겨졌는데, 지금의 40∼50대는 ‘풍요로움의 전환기’에 끼인 세대로 인식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장하면서 경제성장의 혜택을 봤는데도 불구하고 선진화되는 경제 속에서 그 결실을 제대로 따먹지 못했다고 여기면서 진보 성향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투표를 한 박준석(58) 씨는 “우리 또래가 취직할 때쯤인 1988∼1991년엔 취업이 이전보다 어려워져서 다들 뜻하는 바를 이루기 어려워했다”며 “반면 선배들은 원하는 회사를 선택해서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옛날이 좋았다’는 한탄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지민비조 투표를 한 김모(47) 씨는 “나 자신을 끼인 세대라고 생각한다”며 “나와 비슷한 세대는 기득권층인 60대 이상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 성향을 굳혔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경제적 지위는 안정적임에도 불구,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는 비율은 낮다는 점도 이른바 ‘계급 배반 투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이 발간한 ‘2022년 중산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산층(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절반은 자신을 ‘하위층’으로 여기고 있었다. 30∼50대 114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중산층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6%가 자신을 ‘하위층’으로 인식한다고 응답한 것.

가족을 부양하는 40∼50대는 고물가, 고금리 등 경제적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 연령대기도 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직장 생활도 해야 하고, 대출한 돈도 갚아야 하고, 부모를 부양하면서 자녀들을 키워야 할 의무도 있는 게 40∼50대”라며 “이들은 고물가, 고금리 등 민생 경제를 그 누구보다 절감할 수밖에 없는 연령대이므로 경제적 이유로 정권 심판론에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승현·강한·염유섭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