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의 미덕’ 통산 250홈런 양의지의 조언 “신인왕·MVP도 추락할 수 있는 게 프로 무대, 그 점 잊지 말았으면”

심진용 기자 2024. 5. 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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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가 7일 고척 키움전 2회초 역대 4번째 포수 250홈런을 때린 뒤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한두 해 잘하는 건 쉬울 수도 있다. 정말 어려운 건 꾸준함이다. 부상과 싸우고, 세월과 맞서며 오랜 기간 제 기량을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렵다. 그런 선수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두산 양의지(37)가 그런 존재다. 올해로 프로 입단 18년 차, 어느새 30대 후반의 나이지만 여전히 리그 최고의 포수로 군림 중이다. 두 차례 초대형 FA 계약을 맺은 뒤로도 해이해지지 않는다.

양의지는 2018년 당시 역대 두 번째, 포수로는 역대 최고액인 4년 125억원에 NC와 계약했다. 그리고 4시즌 동안 519경기에 나와 타율 0.322에 103홈런 397타점을 기록했다. 2020년 NC의 창단 첫 우승 때는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KBO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FA 모범사례로 꼽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지난 시즌 양의지는 원소속팀 두산으로 복귀했다. 이번에는 FA 역대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편에선 30대 후반의 나이를 감안하면 ‘4+2년’ 152억 계약은 과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양의지는 양의지다. 복귀 첫 시즌부터 3할 타율에 17홈런을 때리며 직전 시즌 9위까지 추락했던 두산을 5위로 끌어올렸다. 양의지가 결장한 경기에서 팀이 4승 11패를 기록할 만큼 그의 존재감은 컸다. 올 시즌도 여전하다. 4월까지 페이스를 조절하더니 5월 들어서는 18타수 9안타로 연일 맹타다.

두산 양의지가 7일 고척 키움전 3회초 연타석 홈런을 때린 뒤 타구를 확인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지난 5일 잠실, 경기는 비로 취소됐지만 양의지는 계획했던 배팅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실내훈련장에서 땀을 쏟고 난 그를 더그아웃에서 만났다. 2010시즌 신인왕 이후 주전 자리를 놓지 않았지만, 긴장을 놓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당시 두산의 분위기가 그랬다. 포지션마다 원체 좋은 선수들이 많았고, 경쟁이 심했다. 포수는 더 심했다. 최재훈(35·한화), 박세혁(34·NC) 등 지금도 각 팀에서 활약 중인 후배들이 계속해서 치고 올라왔다. 양의지는 “그때 두산은 매년 3할 못 치면 자리 보장이 안 되는 팀이었다”며 “후배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의지는 “1~2년 활약하고, 언론이나 팬들한테 주목받는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신인왕을 받든, MVP를 받든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든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게 프로 무대”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매년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며 “어린 후배들이 그 점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0년 가까이 최고의 자리에서 버티며 싸워온 그가 전하는 진심 어린 조언이다.

양의지는 7일 고척 키움전에서 다시 날아올랐다. 2회 왼쪽 담장을 넘기며 포수 출신 역대 4번째 통산 250홈런 고지에 올랐고, 3회에도 같은 자리를 넘기며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양의지의 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두산은 키움을 13-4로 꺾었다. 시즌 성적 19승 19패, 두산은 지난 3월31일 이후 37일 만에 5할 승률에 복귀했다. 그 중심엔 역시 양의지가 있었다.

두산 양의지가 7일 고척 키움전 홈런을 때린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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