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최고 매출 쿠팡...알리·테무 공습에 '어닝 쇼크' 쓴맛(종합)
영업이익 60% 감소, 당기순이익 적자 전환...中 이커머스 공세, 파페치 인수 등 영향
시장 전망 벗어난 실적 부진에 주가 하락
쿠팡이 로켓배송 경쟁력을 앞세워 역대 처음으로 분기 매출 9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와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7분기 만에 적자 전환하며 수익성은 악화했다.
쿠팡Inc가 8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9조4505억원(71억1400만달러·분기 평균환율 1328.45원), 영업이익은 531억원(40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1% 감소했다.
영업이익에서 각종 비용을 뺀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하며 318억원(24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2분기(-952억원) 이후 7분기 만에 손실을 내면서 흑자 행진이 멈춰섰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매출은 8조6269억원(64억9400만달러)으로 전년동기 대비 20% 신장했다.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 수는 2150만명, 고객당 매출은 41만8460원(315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16%, 3% 증가했다. 매출 총이익은 2조5625억원(19억290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36% 늘어났다.
쿠팡이츠를 비롯한 신성장 사업 매출은 8236억원(6억2000만달러)으로 전년동기 대비 4배 이상 확대됐다. 그러나 이들 사업의 조정 에비타(EBITA·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액은 2470억원(1억8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는 1분기 3835억원(2억8800만달러)의 매출을 거둬 사업 규모를 키웠지만 411억원의 조정 에비타 손실을 냈다. 김 의장은 "파페치의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연말까지 연간 조정 에비타가 흑자에 근접하도록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업계에선 파페치 손실과 별개로 패션과 가전 분야에서 저렴한 중국산 상품을 쏟아낸 중국 업체와의 경쟁으로 쿠팡의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3월 알리와 테무의 월간 사용자는 1700만명으로, 쿠팡의 절반 수준까지 치솟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직구는 938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3.9% 증가했다.
올 1분기 쿠팡 실적은 미국 월가의 전망을 빗나갔다. 앞서 JP모건은 쿠팡의 1분기 영업이익 2060억원, 당기순이익 1380억원을 예상했다. 또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매출 컨센서스는 69억3000만달러, 주당순이익 0.05~0.07달러였다.
시장은 쿠팡 1분기 실적을 '어닝 쇼크'로 받아들이고 있다. 뉴욕증시 장 마감 이후 발표된 실적에 쿠팡 주가는 시간 외에서 6~7% 하락하며 21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겸 창업자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국내 시장 공세에 대응해 올해 상품과 고객 투자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경영 전략을 제시했다.
김 의장은 이날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산 제조사 상품의 구매와 판매 규모를 지난해 17조원(130억달러)에서 올해 22조원(160억달러)으로 늘리고, 와우 멤버십 혜택 투자에 지난해 4조원(30억달러)보다 늘어난 약 5조5000억원(40억달러)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국내 유통 시장에서 쿠팡과 C커머스의 경쟁이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알리와 테무가 중국산 초저가 제품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 신속한 배송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와우 멤버십처럼 쇼핑과 엔터메인먼트를 결합한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아직은 쿠팡이 경쟁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또 최근 중국산 유해물질 이슈 등으로 중국 커머스 소비 민심이 주춤한 상황에서 쿠팡이 품질과 가격이 검증된 국산품 직매입 투자를 늘리겠다는 방향성을 밝힌 것도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고려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국내 유통 시장 전망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한국 매출이 3조원에 육박하는 알리와 테무는 지금 성장세라면 올해 8조원까지 갈 수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은 차이나 커머스에 강경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달라 이들이 공격적으로 나오면 쿠팡 등 토종 커머스에 큰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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