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야심찬 네옴시티 건설 비용·기술 난관 봉착

강영진 기자 2024. 5. 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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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500m, 길이 180km 건물 2채 짓는 계획
1단계 16km 2030년 완공 계획 2.4km로 축소
5000억 달러 책정 총 건설비 2조 달러 넘을 듯
[서울=뉴시스]사우디 아라비아의 초대형 도시 네옴시티 건설 현장. 각종 경제적, 기술적 난관에 봉착한 네옴시티 건설 계획의 1단계 공사가 대폭 축소됐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출처=네옴닷컴) 2024.5.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네옴 시티 건설계획이 자금 부족과 기술적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네옴시티 건설 계획은 180km에 달하는 직선 고층 건물을 지어 9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건설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사다. 건설공사의 공식 명칭은 “더 라인(The Line)” 프로젝트다.

사우디가 몇 달 전 더 라인 프로젝트의 1차 투자 규모를 축소했다. 사우디의 재정 사정이 악화한 때문이다. 2030년까지 16km를 건설하려던 계획을 2.4km만 짓기로 한 것이다. 줄어든 규모라도 여전히 세계 최대의 건설 공사인 것은 분명하다. 건설 면적이 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60개를 넘는다.

사우디 경제계획 장관은 더 라인 프로젝트의 장기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석유의존 경제 개혁 일환 추진

네옴시티 건설계획은 석유 수입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전 세계 자본과 인력을 끌어들이겠다는 무함메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야심찬 경제 개혁을 상징한다.

그러나 아직은 막대한 재정투자가 사우디의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영국 런던경제대 마다위 알-라시드 객원연구원은 “막대한 투자가 사우디 경제 도약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아직은 외국 자문사와 건설사들만 돈을 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밖에도 많은 행정적, 기술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

10만 명 이상의 건설 노동자를 수용하는 시설을 도시에서 차량으로 2시간 거리 이내의 사막에 지어야 한다. 강철, 유리 벽체 등 건축 자재의 양도 엄청나 국제 가격이 오르면서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길이가 180km 길이에 달하는 2개의 고층 건물을 마주보게 짓는 수직 도시 개념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건설비용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건조지대에 스키 리조트를 짓는 계획이 지난 10월 현재 2배로 늘어 380억 달러(약 52조 원)로 추정된다. 현재 네옴시티 건설계획 공사로 체결된 금액만 2370억 달러(약 323조 원) 규모다.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조차 감당하기 쉽지 않은 규모다.

공식 건설비용은 5000억 달러(약 682조 원)로 사우디 재정의 1.5배에 달하며 국부펀드 보유 자산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이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평가한다. 1단계로 2.4km를 짓는 비용만도 1000억 달러(약 136조 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전체 건설비용은 2조 달러(약 2727조 원)를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용 추산 오류로 민간 투자 거의 없어

이 같은 비용 추산 오류 때문에 민간의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설비 전부를 사우디 정부가 대고 있는 것이다. 네옴시티 총 건설 면적은 약 2억 평방m로 뉴욕 전체 건물 면적을 합한 것보다 크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2000개 이상이다.
또 고층건물을 180km 넘게 직선으로 짓는 개념도 많은 문제를 않고 있다. 햇빛을 받아들이는 문제와 도시 내부에 열린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또 고층 건물이 수십억 마리의 철새 이동을 방해하는 문제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조류가 멸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네옴시티 건설계획이 시작된 지 7년이 지나도록 지금껏 완공된 것은 영화 스튜디오와 대규모 왕궁 단지, 골프장 및 10여 곳의 헬기장뿐이다.

네옴시티 계획에는 최상급 난이도 각종 공사가 수없이 중첩돼 있다. 이처럼 거대한 건설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 작업도 엄청난 규모다. 건설노동자 숙소 건설비만 현재 50억 달러 이상이 지출된 상태다.

네옴시티 건설 근로자와 기술자들은 학교, 농구장, 버거킹, 스타벅스 등이 들어선 마을에 거주하면서 월 400 달러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 배제한다는 계획도 수정돼 800 메가와트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1년 이상 땅파기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건설 트럭이 내뿜는 매연이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시행착오로 인한 비용낭비, 오염 등 환경 피해 심각

그밖에도 시행착오로 인한 비용낭비도 심각한 수준이다. 초기에 프로젝트가 진전된다는 성과를 보이기 위해 설계가 완성되기도 전에 땅파기를 시작했지만 결국은 다른 장소에 짓는 것으로 계획이 확정되기도 했고 세계 최대 규모의 유람선이 정박할 수 있도록 수심 15m까지 바닥을 준설한 장소도 변경됐다.

높이가 500m에 육박하는 고층 건물을 180km 길이로 짓는데 따르는 기술적 어려움과 높은 비용, 유사시 대피계획 수립의 어려움도 심각한 문제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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