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기교 덜어낸 담백한 선율… 한편의 詩와 같은 황제들의 무대

이정우 기자 2024. 5. 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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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조성진.

정명훈이 지휘하는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조성진이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들려준 작품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오케스트라와 호흡이 엇갈리는 순간도 있었고, 그만큼 오케스트라와 주고받는 대화의 밀도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자연스럽게 다시 이어나가는 조성진과 정명훈의 노련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두 번째 앙코르 하이든 소나타는 이날 조성진 연주의 백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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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 도쿄필·조성진 협연
슈만·하이든·베토벤 곡 선봬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정명훈(오른쪽)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왼쪽)이 서로 마주 보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조성진. 한국 클래식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선사한 슈만의 음악은 물 흐르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특히 조성진은 이날 유독 다이내믹함보단 시적 정취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조성진이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들려준 작품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슈만이 명피아니스트였던 아내 클라라 슈만을 위해 작곡한 곡으로 그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화려한 기교를 발휘하기보단 슈만이 품고 있던 복합적인 감정의 드라마를 어떻게 드러내느냐가 중요한 작품이다.

조성진은 느린 템포로 독주 구간을 시작했다. 지난해 같은 곡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 강력한 타건으로 화려하게 곡의 시작을 알린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조성진은 곳곳에서 의도적으로 템포를 늦췄다. 오케스트라와 호흡이 엇갈리는 순간도 있었고, 그만큼 오케스트라와 주고받는 대화의 밀도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자연스럽게 다시 이어나가는 조성진과 정명훈의 노련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조성진의 연주는 격렬히 표출하기보다 초연하게 자신의 감정을 매만져나갔다. 화려한 기교나 과도한 강약 조절을 의도적으로 지양했다. 슈만 역시 이 곡을 쓸 때 “기교를 과시하기 위해 피아노 협주곡을 쓰고 싶지는 않다”고 아내에게 토로했다.

조성진의 섬세함과 유려함을 강조한 연주는 앙코르에서 빛을 발했다. 특히 두 번째 앙코르 하이든 소나타는 이날 조성진 연주의 백미였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명료하고 영롱한 음들이 반짝였다.

도쿄필의 진가는 2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에서 드러났다. 정명훈과 도쿄필의 끈끈한 호흡과 악단에 내재된 ‘베토벤 DNA’가 돋보였다. 정명훈에게 도쿄필은 ‘가족’ 같은 악단. 정명훈은 도쿄필과 2000년부터 호흡을 맞춰왔고, 2016년엔 외국인 최초로 명예 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 “따다다단”으로 시작하는 1악장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았다. 3악장 더블베이스를 시작으로 현악기들이 차례로 질주하는 대목은 박진감이 넘쳤다.

악단을 통제하면서 극적인 순간을 극대화하는 정명훈의 절도있는 지휘에 도쿄필은 일사불란하게 복종했다. 정명훈은 오른쪽 발을 살짝 들어가며 악단을 독려했고, 악단은 혼신을 다해 따랐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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