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경제교육·재테크 한 번에… 삼전·엔비디아 주식 사줘볼까?

박정경 기자 2024. 5. 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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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증권사 미성년 계좌 7.5%↑
삼성전자·테슬라, 보유종목 1위
펀드 2000만 원까지 증여세 無
평균 35% 수익… 원금손실 주의
10달러 상당 美주식 매수 쿠폰 등
증권업계 개미가족 유치 이벤트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A(42) 씨는 이번 어린이날 선물로 초등학교 1학년 아들에게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 상장지수펀드(ETF)’ 2주를 선물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들 앞으로 해외 주식계좌를 만들어 둔 A 씨는 명절이나 기념일 등 아이 앞으로 돈이 생길 때마다 해외 ETF를 산다. A 씨는 “적금 드는 것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 판단해 꾸준히 주식을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5월 가정의 달, 자녀를 위한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당장의 수익률을 따지기보다는, 자녀가 성인이 되는 10년, 20년 후의 수익을 고려해 ‘투자’와 ‘경제 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절세 측면에서 매달 적립하는 ‘어린이(적립식) 펀드’에 관심을 갖는 부모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 등 주요 4개 증권사의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계좌 수는 지난해 3월 64만4114개에서 올해 3월 69만2292개로 7.5% 증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미성년자 주식 보유 인원은 75만5670명이다. 2019년에만 해도 9만8612명에 그쳤지만, 2020년 27만3710명, 2021년 65만6340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주요 증권사의 미성년 고객 거래 상위 종목을 분석해보니, 미성년 계좌가 보유한 국내 주식 1위 종목은 삼성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미성년 주주 비중은 8.38%(지분율 기준)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주식 100주 가운데 8.3주를 미성년자가 들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22년 말엔 지분율이 7.42%였다. 네이버도 미성년 주주의 지분율이 2022년 말 5.43%에서 1년 새 5.82%로 높아졌고, LG전자 역시 같은 기간 3.62%에서 3.84%로 증가했다.

해외 주식에서는 ‘빅테크’ 투자 쏠림 현상이 강했다.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미성년 계좌의 최대 보유 종목은 테슬라였고, 엔비디아, 애플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미국 증시가 고공행진하면서 부모들이 국내 주식보다 해외 주식 거래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 전체 고객 자산 비중에서 해외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7.6%인데, 미성년 계좌의 경우 20.6%로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의 경우에도 올해 3월 기준 국내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 계좌 수는 1년 동안 5%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해외 주식 보유 계좌 수는 36% 급증했다.

최근에는 펀드 투자도 자녀를 위한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미성년 자녀에게 10년 동안 2000만 원 한도 내에서 재산을 증여하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에서 운용 중인 설정액 10억 원 어린이 펀드는 총 22개로 집계됐다. 설정액 합계는 4040억 원에 달한다. 어린이 펀드의 최근 5개년 평균 수익률은 35.76%로, 코스피지수 상승률(22.08%)을 크게 웃돌았다.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와 국내 주식형 ETF의 수익률이 각각 33.92%, 30.13%인 사실과 비교해도 어린이 펀드 성과가 앞섰다. 최근 5년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 10년 투자 어린이증권투자신탁 1(주식)’ 펀드로 80.6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어린이 펀드는 설정액이 한때 1조 원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공모펀드 시장 침체로 규모가 많이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자녀의 목돈 마련을 위한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고, 특히 증여 및 절세 수단으로 활용하면 좋다고 입소문이 나며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행 증여세법에서는 미성년자 명의로 펀드 계좌에 납입한 금액에 대해 10년 단위로 2000만 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또, 펀드 운용으로 발생한 수익에도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증여 효과와 절세 혜택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원금을 손실할 수 있다는 점은 절대 잊으면 안 된다.

증권업계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개미 가족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B증권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달 말까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식 선물하세요, 당신에겐 KB증권이 드립니다!’ 이벤트를 실시한다.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선물하고, 상대방이 선물을 받으면 선물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혜택을 제공한다. 하나증권도 미성년 투자자를 타깃으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다음 달 27일까지 비대면 자녀 계좌 개설 이벤트 ‘내 자녀 투자 첫걸음’을 실시한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 자녀 고객 가운데 하나증권에서 계좌를 개설한 적이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 주식 2만 원 상당 또는 미국 주식 10달러 상당의 주식 매수 쿠폰을 제공한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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