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지적장애인 소송 사기 형제 사건…상속받은 땅 지분도 넘어가

고민주,부수홍 2024. 5. 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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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KBS는 지난주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억대 소송사기를 벌인 형제 사건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현재 형 이 모 씨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동생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풀려났는데요.

KBS 취재 결과, 소송사기 피해자인 지적장애인 자매가 상속받은 땅 일부가 동생 이 씨에게 넘어간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탐사K 고민주, 부수홍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주도의 한 외곽 마을에 있는 2,200여 제곱미터의 대지입니다.

중증 지적장애인 고 모 씨 자매가 부모님과 함께 살던 곳입니다.

[동네 주민/음성변조 : "(옛날엔 가족이 여기서 살았어요?) 다 살았어. (어느 집에 산 거에요?) 이 집에 살았지 바로 이 집에. 아버지도 조금 모자란 게 있지. 어머니도 뭐 우리가 남 판단할 정도는 못 되지만, 좀 모자라다고도 볼 수 있지."]

고 씨의 자매는 이복언니를 포함해 모두 6명으로, 몇 해 전 부모가 사망한 뒤 이 땅을 물려받았습니다.

지난달 기준 공시지가로 2억 7,000만 원 상당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땅의 등기부등본에는, 소송사기 혐의로 구속된 60대 이 모 씨의 친동생인 50대 이 모 씨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동생 이 씨가 지적장애인 고 씨 자매 1명의 지분을 2019년에 넘겨받은 겁니다.

고 씨 자매가 물려받은 땅은 이곳을 포함해 모두 5필지에 14,000여 제곱미터.

지난달 기준 공시지가로만 10억 원이 넘습니다.

취재진이 등기부등본을 모두 확인해 봤더니, 동생 이 씨의 이름이 5필지에서 모두 등장했습니다.

동생 이 씨는 어떻게 지분을 넘겨받았을까.

등기부등본을 보면, 동생 이 씨가 2019년 3월 법원의 판결로 지분을 넘겨받은 것으로 나옵니다.

소유권이 이전된 경위를 파악해봤더니, 동생 이 씨는 고인이 된 자매의 아버지가 돈을 빌려 갔는데 갚지 않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고, 이후 지분이 넘어간 것이었습니다.

구속된 형 이 씨가 2021년 지적장애인 처제가 돈을 갚지 않고 있다며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해 재산을 가로채려 했던 방식과 비슷합니다.

이복언니를 제외한 고 씨 자매는 자신들에게 땅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중증 지적장애인들입니다.

[동네 주민/음성변조 : "딸들이 그 모든 걸 모르기 때문에 이거 자기 밭이라는 것도 모르고 자기 몫으로 이 밭이 나눠졌다는 것도 모르지."]

취재진은 동생 이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두 차례 집을 찾아갔지만 이 씨를 만나진 못했습니다.

다만, 이 씨의 가족에게 질문지와 명함 등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2주가 넘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서귀포경찰서는 지급명령을 악용해 중증 지적장애인 고 씨의 재산을 빼앗으려 한 혐의로 이 씨 형제를 구속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형 이 씨만 재판에 넘겼고, 동생 이 씨는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고, 제주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이에 항고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고민주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조하연

고민주 기자 (thinking@kbs.co.kr)

부수홍 기자 (mrboo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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