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피해자 예산 삭감, 결과는 이렇습니다

류석우 기자 2024. 5. 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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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21]

2023년 10월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등 569개 여성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국회의사당 본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여성가족부는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을 줄이겠다는 계획 아래 2023년 말 통합상담소 25곳을 늘리는 대신 개별 가정폭력상담소 30곳을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겨레21>은 2023년 11월 제1490호에서 ‘여가부 무턱대고 줄인 예산에 상담소는 ‘막막’ ‘감당 안 된다’’는 기사를 통해 여가부의 이 조처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었다. 그러나 바뀐 건 없었다. 여가부는 2024년 전국 26곳의 가정폭력상담소를 통합상담소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 상황은 어떨까. 김양순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회장에게 물었다.

—2024년 전국가정폭력상담소 상황이 어떤가.“전국에 통합상담소가 54곳이 됐다. (통합상담소 전환이 되지 않은) 가정폭력상담소 예산은 (상담원 수를) 5명에서 4명으로 줄이고 통합상담소 예산으로 줘버렸다. 통합상담소로 지정된 곳은 인원(1∼2명)이 늘었지만, 기존 가정폭력상담소는 5명으로 운영되던 곳이 이제 4명이 됐다.”

—인원을 줄여야 하는 가정폭력상담소는 어떻게 하나. 통합상담소 인원을 늘리면 그쪽으로 고용승계가 되나.“여기(가정폭력상담소)에 있는 직원들을 통합상담소로 보내라는데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예를 들어 경기 남양주에서 그만뒀다고 하면 구리 정도는 가깝겠지만, 구리엔 통합상담소로 전환된 곳이 없다. 경기도만 해도 지역이 넓은데 통합상담소로 전환된 곳이 2곳에 불과하다.”

김 회장도 남양주에서 가정폭력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상담소는 통합상담소 전환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아 상담원 수도 5명에서 4명으로 감축 대상이었다. 다만 인근 지역의 인구와 상담 실적 등을 고려해 감축 대상에서 빠졌다. 경기도는 통합상담소로 전환되지 않은 상담소에 도비로 모자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김양순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회장.(사단법인 비움채움 부설 남양주한마음가족상담소 소장)

—전환된 통합상담소는 잘 운영되고 있나.“통합상담소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게 아니다. 스토킹, 가정폭력, 성폭력 등을 합쳐 통합상담이라고 얘기는 하는데 사실 이미 가정폭력상담소에서도 다 해왔던 업무다. 스토킹이나 교제폭력 등으로 상담이 연계되는 경우도 있고, 성폭력상담소가 지역에 없는 경우 그쪽 상담도 같이 한다. 업무는 같은데 갑자기 통합상담소를 만들어 예산을 별도로 집행하는 것이다.”

—통합상담소로 전환되지 않은 곳 중에서 (예산 때문에) 기존에 있던 직원을 내보낸 곳이 몇 군데 정도인가.“지역마다 편차가 있고, 감원 대상의 시기가 다르지만 최소 20~30곳 되는 것 같다. 지금 정말 매뉴얼이 없다. 여가부 장관도 없고 여성정책 쪽엔 국장도 공석이다. 과장 체제로 돌아가다보니 (향후 정책에 관해) 다 대답을 꺼리고 있다.”

—결국 통합상담소로 지정된 곳은 인원을 늘리고, 지정되지 않은 곳은 인력을 강제로 1명 줄인 상황인 것 같다.“그렇다. 지금 가정폭력상담소가 너무 힘든 상황이다. 인구수가 많거나 인근에 다른 상담소가 없는 곳은 5 명 체제로 둔다든가 해야 하는데 무조건 4 명으로 줄여버렸다 . 여가부에선 지역마다 인구수 등에 따라 (예산을) 나눈다고 했는데 이에 관한 로드맵도 없다. 로드맵을 여가부에 물어봐도 ‘없다’고 한다. 지역 상황에 맞춰 현장 기관과 소통하면서 앞으로의 방향을 나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

—여가부는 앞으로도 통합상담소로 전환한다는 기조인가.“내년 계획을 여가부에 물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문제는 일선에서 앞으로 계속 이렇게 (통합상담소 전환으로) 가는지 궁금해한다는 거다. 지금 벌써 내년 예산을 짤 시기다. 정확한 로드맵이 없으니 현장에선 직원과 이용자 모두가 힘들다.”

—<한겨레21>이나 언론에 바라는 점은.“지난해 <한겨레21>이 잘 다뤘지만 여전히 현장과 여가부가 엇박자다. 지금 현장은 정말 바쁘게 돌아간다. 정책 기조에 따라 바뀌는 것들을 신경 쓸 여력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여가부는 현장의 어려움에 관해 어떤 방향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답답하다. 여가부 정책 기조가 바뀔 때마다 결국 피해자들이 나오게 된다. 내년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몰라 기관과 직원들 다 불안해하고 있다 . 이런 상황을 잘 다뤄줬으면 좋겠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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