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 대형 국기 게양대…‘애국심’ 때문이라고?

고나린 기자 2024. 5. 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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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 함양'을 이유로 서울 광화문광장에 대형 국기 게양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조례가 지난 3일 서울특별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8일 보면, '시장은 광화문광장 내에 시민들의 애국심 함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하여 국기 게양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새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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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주도 조례, 서울시의회 본회의 통과
시민위원회 논의 건너뛰고 설치 강행
2020년 8월15일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 현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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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 함양’을 이유로 서울 광화문광장에 대형 국기 게양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조례가 지난 3일 서울특별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도심 광장에 대형 태극기를 내거는 것과 애국심의 연관성을 알 수 없다며, ‘예산 낭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8일 보면, ‘시장은 광화문광장 내에 시민들의 애국심 함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하여 국기 게양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새로 담겼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형재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한겨레에 “광화문광장 조례를 보면 설치할 수 있는 시설물들이 일부 규정돼 있는데 국기게양대가 없었기 때문에 신설해 넣은 것”이라며 “서울시장 또한 (광화문 광장 국기 게양에) 동의하고 있어, 국기 게양대가 설치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의 비용추계서(향후 5년)에 따르면 높이 50미터 기준 대형 국기 게양대를 설치하는데 1억6300만원이 들고, 이후 4년 동안 관리하는 데 매년 300만원이 쓰인다. 광화문광장 국기 게양에 5년 동안 1억7500만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서울시의회에는 광화문광장뿐 아니라 서울광장, 공원 등 공공장소에 연중 국기를 게양해야 한다고 정하는 ‘서울특별시 국기게양일 지정 및 국기 선양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도 발의된 상태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애국심 함양과 자긍심 고취’에 구태여 대형 광장의 태극기 게양이 필요하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장은주 영산대 성심교양대학 교수는 “애국심은 개인이 사회에서 살아가며 자연스레 갖게 되는 것인데, 태극기 게양 조례까지 만들며 애국심을 강조하는 건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도 “국기 게양과 애국심 함양 및 자긍심 사이의 상관성에 설득력이 없다. 애국심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고민 없이 국기 게양만을 떠올리는 건 일차원적”이라고 짚었다.

조례 의결 과정에 시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재상 사무처장은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광화문광장에 영구조형물을 설치하려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시민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필수로 거쳐야 하는데 (국기게양대 설치 조례가 통과되기까지) 최소한의 논의도 없고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해당 조례안이 발의된 지난달 3일 이후 두 차례 개최된 시민위원회에서는 국기 게양대 설치와 관련된 안건이 심의되지 않았다. 조례를 통해 시민위원회 논의를 건너 뛰고 국기 게양대를 설치하기로 한 셈이다.

광화문광장 국기게양대 설치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국가보훈처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1945년 8월15일이라는 의미를 담아 높이 45.815미터의 국기 게양대를 광화문 광장에 영구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시민위원회가 문화재 경관과 어울리지 않고,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다며 한시적 게양 결정을 내렸고, 서울시도 이에 따르면서 보훈처 방침은 무산됐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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