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자본주의적 상업성과 도시미학의 아이러니 '뉴욕 타임스퀘어'

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2024. 5. 8.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타임스퀘어 재생을 위한 가장 큰 축인 극장의 보존과 개발의 공존을 살펴본 지난 기고에 이어 본 기고는 타임스퀘어의 또 다른 상징인 스펙타큘러라고 불렸던 화려한 광고판을 연출하게 한 뉴욕시의 제도적 개입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90년대 후반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해프닝이 있었다. 음악을 듣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전환시킨 미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MTV는 44번가와 45번가 사이에 위치한 새로운 스튜디오에서 화려한 타임스퀘어를 배경으로 생방송을 시작하였다. 이와 함께 MTV는 방송 중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화면상에 실제 광고판을 지우고 그들에게 광고비를 낸 가상의 광고판을 방송함을 논의하였다. 특히 이는 당시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의 성공과 함께 건축을 포함한 다양한 부문에서 실제와 가상의 개념적 정의에 대한 흥미로운 화두를 제시함과 동시에 타임스퀘어 광고판이 가진 금전적 가치 이상을 반증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타임스퀘어를 가장 인기 있는 명소로 만든 광고판은 1904년 뉴욕타임스가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최초 시작되었다. 그 혁신적인 발전은 1920년대 도입된 네온 간판의 출현으로 이루어졌으며 1930년대에는 비눗방울을 생성하는 세제 광고 그리고 1940년대 간판에 그려진 남성의 입에서 동그란 연기를 방출하는 담배광고는 아직도 대중에게 기억되고 있다.

현재 타임스퀘어는 약 230개의 디지털 간판으로 그 화려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옥외 광고의 메카이다. 가격은 광고 유형에 따라 하루 5000달러에서 5만 달러까지 다양하며, 그 중 가장 크고 비싼 광고판은 매리어드 마르퀴스 호텔의 외관을 덮고 있는 간판으로 높이 8층, 폭 약 100미터로 브로드웨이 45번가부터 46번가까지 전체 블록에 걸쳐있다.

재미있는 사실로 관광객의 눈에 경제논리에 따라 무계획적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실제로 그 설치 및 기준을 특정 하는 규정을 통해 정교히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뉴욕시의 제도 개입으로 기존 지역지구제의 문제점인 획일적 개발을 방지하고 지역적 특성을 존중하는 특별목적지구의 지정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타임스퀘어는 특별 미드타운 지구에 속하며 그 내부에 중첩되어 지정된 극장지구(Theater District)에 포함된다. 그 주요 목적은 타임스퀘어 역사의 중심인 건축물 규모, 대형 디지털 광고판, 극장 용도의 고유한 특성을 보존함과 동시에 지역이 가장 타락했을 때에도 화려한 조명으로 규정되게 한 광고판을 그 상징적 이미지로 활용하였다. 이러한 공공부문의 제도적 개입은 지난 기고에서 살펴본 하이라인 파크 인근 지역에 대한 특별 웨스트 첼시 지구, 그 북쪽의 고밀의 특별 허드슨 야드 지구의 설정 등 최근 적용된 또 다른 그 대표적 사례에서 어떻게 지역의 고유함을 살리며 성공적 개발에 기여하였는지 고찰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대부분의 도시에서 광고판 특히 디지털 광고물은 규제의 대상이며 심지어 시각적 공해로 금지되고 있다. 반대로 타임스퀘어의 광고판은 건축물 저층부의 소규모 상점 간판, 중층부의 기업 옥외광고물, 고층부의 초대형 광고물로 그 설치 및 크기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을 가진다. 조명의 밝기에 대한 상세한 규제를 포함하며 오전 1시 이전에는 끌 수 없는 등 가로를 밝히는 화려한 조명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세부적인 규칙에 따라 면밀히 관리된다. 도시의 자본주의적 상징인 광고판이 정부 규제에 의해 유지된다는 사실에서 상당히 역설적이며 우리의 도시경관 관리에 있어 참조할 만한 역발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본 기고에서 살펴본 누군가 천박한 상업적 부산물로 간주할 수 있는 광고판을 역규제해 하나의 도시미학으로 승격하고, 나아가 지역 재생을 위한 방정식의 계수로 활용하는 공공부문의 제도적 혁신을 살펴보며 타임스퀘어 재생의 드라마를 마무리하도록 한다. 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