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기업 영속 막는 상속세… '100년 기업' 키워야

이한듬 기자 2024. 5. 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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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이것만큼은 하자'<1>] ① 최고 세율 낮추고 유산취득세 전환필요
[편집자주] 제22대 국회가 오는 5월30일 개원한다. 재계는 22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 민생을 살리는 국회, 경제활력을 높이는 국회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심화와 저성장 고착화로 불확실성이 가중된 상황에서 22대 국회가 각종 세제개선은 물론 규제혁파, 첨단산업 지원책 등 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입법활동에 앞장서 달라는 요구다. 22대 국회를 향한 재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그래픽=김은옥 기자


▶글 쓰는 순서
①기업 영속 막는 상속세… '100년 기업' 키워야
②법인세 인하 논의 하세월… 기업 활력 제고 골든타임 지켜라
③'그림자 세금'에 숨막히는 기업들… "과감한 감면 필요"


제22대 국회의 출범을 앞두고 재계는 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상속세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기업승계시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창업주들이 승계를 포기하고 기업 매각을 고려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점을 감안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을 낮추고 과세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상속세 개편을 검토하는 가운데 22대 국회가 적극적인 입법 뒷받침으로 추동력을 실어야 한다는 요구다.


상속세 최고세율 50%… 대기업은 60%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재계 단체에 따르면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한다. 과세표준 구간별로 1억원이하는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시 50%로 규정돼 있다.

여기에 대기업은 최대주주 보유주식 상속시 평가액의 20%를 할증해 세율이 60%까지 올라간다. OECD 38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세율이자 38개국 평균(25%)의 2배를 훌쩍 넘어선다. 재계는 기업 경영을 통해 이미 막대한 소득세와 법인세 등을 납부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상속세까지 물리는 것은 사실상 이중과세라고 본다.

대기업들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상속세 납부에 부담이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 4월 초 4434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 524만7140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했다. 거액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이 목적이다. 이 사장은 올해 1월에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삼성SDS·삼성생명 등 계열사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총 5586억원에 매각했다.

이 사장 외 모친 홍라희 전 리움 삼성미술관 관장과 동생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도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주식을 매각한 바 있다. 앞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남긴 상속 재산은 26조원, 삼성 오너일가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에 달한다. 유족들은 연부연납을 활용해 2021년 4월 상속세의 6분의 1인 2조여원 납부했고 5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나머지 10조여원을 나눠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효성그룹도 최근 조석래 명예회장이 별세 후 주목받고 있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했던 7000억원 규모의 지분에 대한 상속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가 추산하는 상속세 규모는 4000억원 이상이다.

LG그룹의 경우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에게 상속받은 지분 중 LG CNS 지분 1.12%에 대한 세무당국의 상속세 산정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당초 LG는 LG CNS 주식 1주당 가격을 1만5666원으로 평가했지만 세무당국은 2만9200원으로 산정했다. 최대주주 할증까지 더해 총 126억여원을 경정고지했다. LG 총수일가는 이 같은 세금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을 매각한 사례도 있다. 손톱깎이 세계 1위 기업인 쓰리세븐은 상속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회사 경영권을 중외홀딩스에 매각했고 밀폐용기 국내 1위 기업인 락앤락도 상속세 부담 때문에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1조원에 팔려야 했다.

/ 그래픽=김은옥 기자


과세방식 유산세→유산취득세 전환 필요


재계는 이 같은 천문학적인 상속세가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세금 납부를 위해 보유중인 지분을 매각할 경우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가는 상속세를 점진적으로 낮춘 반면 한국은 상속세를 높여 부의 해외이전, 편법적 탈세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과도한 상속세율 OECD 평균 수준이 25%로 낮추고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과세방식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되길 바란다. 현재 국내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피상속인(물려주는 사람)의 상속 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데다 누진과세이기 때문에 금액이 높을수록 세율이 올라간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물려받는 사람) 각자가 취득하는 상속재산의 크기에 따라 세액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부친이 보유한 40억원의 재산을 자녀 2명이 20억원씩 상속받을 경우 현행 유산세 방식을 따르면 과세를 총 상속재산 40억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유산취득세를 도입하면 전체 40억원에 대한 과세가 아닌 자녀가 각자 물려받은 20억원에 대해 과세하기 때문에 세율은 기존보다 낮은 40%가 붙어 세부담이 줄게 된다.

유산취득세는 세계 주요국이 따르고 있는 보편적인 방식이다.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가 있는 국가는 24개국이며 이 가운데 20개국은 '유산취득세' 를 적용하고 있다. 유산세를 따르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4개국에 불과하다.

정부는 그동안 상속세율을 낮추고 과세방식을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 상속세 개편을 적극 검토해 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에도 "상속세 부담 완화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과제"라며 "정부는 합리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야당이 상속세율 인하를 부자감세라고 반대하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야당이 22대 국회의 192석을 장악한 상황에서 정부의 상속세 개편이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재계는 22대 국회가 과도한 상속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만큼 22대 국회가 관련 입법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금 부담을 줄여 민간 투자 창출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경제활력 제고 등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도록 22대 국회가 상속세 개편 논의에 적극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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