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숨은 비결 여기 있었네' KCC 축승식 뒷이야기...'전창진 사단'의 아름다운 '네탓'공방

최만식 2024. 5. 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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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수원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KT와 부산KCC의 경기, KCC가 승리하며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전창진 감독과 선수단이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어올리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5.05/
전창진 감독이 김희옥 KBL 총재의 우승 시상을 받는 가운데 이상민 코치, 강양택 수석코치(맨오른쪽부터)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선수만 슈퍼팀 아니었네.'

남자프로농구 부산 KCC가 2023~2024시즌 정규리그 5위의 챔피언 등극 신화를 쓰기까지 숨은 원동력이 있다. 막강 경기력 못지 않은 '전창진 사단'의 환상궁합이다. 전창진 감독(61)을 비롯한 강양택 수석코치(56), 이상민(52) 신명호(41) 코치가 코트 밖에서 조화로운 역할 분담으로 '구슬'을 잘 꿰었기에 '보배'를 만들 수 있었다. '전창진 사단'이 왜 '코트 밖 슈퍼팀'이었는지 그들의 '뒷풀이'자리에서 엿볼 수 있었다.

KCC는 지난 5일 밤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챔피언 등극을 만끽한 뒤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의 KCC 중앙연구소 구내식당으로 장소를 옮겨 '축승식' 회식을 가졌다. KCC 임직원, 선수단은 물론 일반 팬들도 초대된 '마을잔치'같은 이색적인 축승식이었다.

흥겨운 자축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 한자리에 모인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아름다운 '네탓' 공방이 벌어졌다. 앞서 전 감독이 우승 기자회견에서 강 코치를 비롯한 코치진과 지원 스태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뒤에서 묵묵히 고생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를 잘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5일 수원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KT와 부산KCC의 경기, KCC가 승리하며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전창진 감독이 우승 그물을 자르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5.05/

전 감독은 '슈퍼 로테이션'과 관련해 그동안 못한 말을 털어놨다. '슈퍼 로테이션'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감독' 전창진이 왜 명장 승부사인지 알게 해 준 지략이자, 챔피언 등극의 직접적인 원동력이었다. 개성이 제각각인 선수들에게 명확한 역할과 출전시간을 '칼'같이 적용하는 등 미리 짜놓은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듯한 용병술로 무서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상대팀들이 알면서도 당한 '슈퍼 로테이션'이다.

'슈퍼 로테이션'으로 인해 전 감독 특유의 배짱, 승부사 기질이 부각됐다. 그 과정에서 말 못할 고충이 있었다. 의도한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 순간이 비일비재하기 마련, 그럴 때면 대다수 감독들은 임기응변, 변칙 전술로 고비를 넘긴다. 전 감독 역시 로테이션 원칙을 잠깐 깨고 '급한 불'을 끄고 싶은 유혹에 빠진 적이 많았단다. 그 때마다 '정신줄'을 바짝 잡아 준 이가 강 코치였다. 전 감독은 "나도 사람이다. 눈 앞의 위기 상황에 선수 교체 타이밍을 바꾸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가 왜 없었겠나. 그럴 때마다 강 코치가 '무서운 눈빛'으로 원칙 대로 믿고 밀고 나가자며 흔들린 마음을 붙잡아 줬다"면서 "강 코치가 없었다면 슈퍼 로테이션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후배에게 공을 돌렸다.

경기중 벤치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는 신명호, 강양택, 이상민 코치(오른쪽부터). 사진제공=KBL
강양택 KCC 수석코치가. 전창진 감독의 우승 수상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KBL

KCC 우승의 또다른 원동력 '에피스톨라의 재발견'을 두고는 이 코치와 신 코치의 유쾌한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필리핀 선수 에피스톨라는 6강전부터 챔프전을 거치는 동안 김선형(SK), 이선 알바노(DB), 허훈(KT)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며 'KCC의 비밀무기'라는 호평을 받았다. 지난 2년 간 그저 그런 선수에서 일약 '숨은 보배'로 부상한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떨어지자 전 감독과 강 코치는 주저없이 이 코치와 신 코치가 특별훈련으로 잘 키웠다고 했다. 그러자 이 코치는 손사래를 치며 "에피스톨라가 끈끈한 수비로 뜨지 않았나. 현역 시절 수비 전문가였던 신 코치의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에 신 코치는 에피스톨라가 수비뿐 아니라 임팩트 강한 3점슛으로 알토란 활약을 한 점을 거론하며 "슈팅은 내 분야가 아니다. '컴퓨터 가드' 출신 이 코치가 비법을 전수해 준 덕에 에피스톨라의 슈팅, 리딩 능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결국 전 감독은 "에피스톨라 키우는데 이상민-신명호 부부가 '공동육아'를 한 걸로 정리하면 되겠네"라며 껄껄 웃었다. 최강의 농구팀이 서로 고맙다고 '핑퐁게임'을 이어갔다. 이러니 우승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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