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탓 밀·보리 생육 ‘빨간불’

박하늘 기자 2024. 5.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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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달간 비가 너무 자주 와서 밀이 습해를 봤어요. 평년 수확량의 80% 정도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남 구례의 밀농가 최성호씨(80·우리밀생산자회장)는 밀 수확기를 한달여 앞두고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장기창 식량원 밀연구팀 과장은 "최근 몇년간 기온이 크게 상승하면서 맥류가 성장하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전체 수확량이 줄고 품질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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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3월 잦은비로 습해 발생
수확량 줄고 품질하락 예상
붉은곰팡이병 확산 우려도
소비촉진 방안 마련도 시급
이상기후가 지속되면서 밀·보리 작황부진을 호소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붉은곰팡이병에 걸린 보리의 모습. 농촌진흥청

“최근 몇달간 비가 너무 자주 와서 밀이 습해를 봤어요. 평년 수확량의 80% 정도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남 구례의 밀농가 최성호씨(80·우리밀생산자회장)는 밀 수확기를 한달여 앞두고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잦은 비로 밀 생육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최씨는 “남은 한달만이라도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올해 밀·보리 작황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상기상이 심화하면서 작황 부진을 호소하는 농가들이 적지 않아서다. 농촌진흥청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은 최근 광주광역시농업기술센터에서 ‘맥류 안정 생산과 소비 확대를 위한 대응방안 심포지엄’을 열었다.

김대욱 식량원 연구사는 “전국 생육 상태를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밀·보리 등 맥류는 품질이 떨어지고 수량이 줄어들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2∼3월 비가 자주 내렸는데 해안가나 간척지를 중심으로 물이 금방 빠지지 않아 작물 생육이 회복하는 데 더뎠다는 것이다.

더욱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올라가는 현상이 반복돼 붉은곰팡이병이 발생할 우려도 큰 상황이라고 김 연구사는 전했다. 붉은곰팡이병은 낟알 색이 암갈색으로 변하고 알이 차지 않는 병해다. 심하면 낟알 주변을 분홍색 곰팡이가 뒤덮고 수확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앞서 농진청은 4월8일 붉은곰팡이병 발생을 경고한 바 있다. 이상기상이 반복되면서 과거 10년에 한번 수준이던 발병(병든이삭률 5% 이상) 횟수가 최근 11년 동안에는 6번이나 될 정도로 빈번해진 것이다.

맥류의 수량이 감소한 것은 생육기간이 짧아진 것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농진청에 따르면 전북·경북 평야지에선 가을 맥류의 파종 적기가 과거엔 10월12∼25일이었지만 최근엔 10월20∼30일로 늦춰졌다. 전남·경남 지역 파종 적기도 종전 10월15∼30일에서 11월1∼10일로 지연됐다.

반면 출하시기는 3∼4일 앞당겨졌다. 장기창 식량원 밀연구팀 과장은 “최근 몇년간 기온이 크게 상승하면서 맥류가 성장하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전체 수확량이 줄고 품질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수요 측면에서도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맥류산업연구회에 따르면 지난해 밀 생산량은 5만2000여t이었고 이 가운데 공공비축물량(2만t)을 제외하면 구매처는 대부분 중소업체였다.

박광근 한국맥류산업연구회장은 “소비를 대량으로 늘리지 않는다면 2030년에 자급률 10%를 달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며 “연간 우리밀 10만t을 소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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