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급등한 김, 11월에야 본격 생산… ‘제2의 사과’ 되나

강우량 기자 2024. 5.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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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도매 가격 1만원 넘어서
7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상인이 김을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올해 초부터 치솟았던 김값이 일년 내내 ‘금(金)’값을 유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산 김 수출이 전 세계로 날개 돋친 듯 수출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공급이 충분히 따라붙지 못한 탓에 되레 수급 불안이 커졌다. ‘금(金)김’이 ‘금(金)사과’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사과는 작년에 이상 기후 등으로 생산량이 30%나 급감하면서 재고 감소로 오는 7~8월 햇사과가 나오기 전까지 올해도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도 현재 상황이 계속되면 오는 11~12월 김 생산이 본격화한 이후에야 가격이 잡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값, 연말까지 1만원대 예상

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김밥용 마른김 평균 도매가격은 한 속(100장)당 1만89원으로 1년 전(5603원)보다 80.1% 올랐다. 평균 도매가격이 1만원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과 러시아, 태국 등 전 세계로 국산 김이 불티나게 수출되며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가져간 영향이 컸다. 올해 1~4월 김 수출액은 3억32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8.4% 늘었다.

특히 김 생산 주기를 보면 걱정이 커진다. 김은 11월에서 4월까지 5개월간 주로 수확된다. 5월과 10월에도 일부 거둬들이지만 양 자체가 많지 않다. 결국 이달부터는 쌓아둔 재고로 연중 수요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수요가 대폭 늘어나며 지난달 기준 재고량은 4900만속으로 1년 전보다 25% 줄었다. 이 때문에 올해 남은 기간 내내 김 도매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산업관측센터 관계자는 “올해 5~12월 도매가격이 1속당 1만500원 안팎을 넘나들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도매가격(5872원)의 2배에 달한다.

김 소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10장당 1266원으로 1년 전(1024원)보다 24% 올랐다. 정부의 대규모 할인 지원 등으로 도매가격 수준의 급등은 막아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탓에 가격이 뛸 우려는 여전하다. 실제 원료인 김 가격이 높아지면서 조미김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일 마트와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김 가격을 11.1% 올렸고, 광천김과 성경식품, 대천김도 지난달 김 가격을 잇달아 올렸다.

그래픽=백형선

◇이상기후따라 출렁이는 김 생산

김 수출이 대폭 늘어나 김값을 자극하는 건 우리의 최대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이상기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선 2022년부터 최대 김 생산지인 규슈 지역 아리아케해 연안의 해수 온도가 높아지고, 그로 인해 적조가 발생하면서 김 생산량이 뚝 떨어졌다. 이에 일본에선 산지에 따라 김 가격이 70~650% 폭등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김 주요 산지인 전남 지역 등이 일본 규슈보다는 북쪽에 있어 수온이 높아진 영향을 덜 받았지만, 안심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생산된 김은 1억5040만속으로 1년 전보다 6.5%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월별로 보면 생산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 1월 김 생산량이 3410만속으로 1년 전보다 많았지만, 2월과 3월은 각각 3076만속, 3340만속으로 1년 전보다 적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2월에는 파도와 바람이 거세게 불며 김이 양식 어구인 김발에서 떨어진 영향이 컸고, 3월은 생산 여건이 괜찮았으나 4월 생산을 고려해 농가들이 수확을 줄였다”고 했다.

여기에 우리 연안 바다 온도도 언제든 치솟을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 수온은 평년보다 0.6도 높은 19.8도였다. 최경삼 한국김산업연합회 본부장은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고수온에 잘 버티는 김 종자를 개발할 전문 인력이 3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김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종자 개발과 양식용 영양제 등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일단 늘어나는 김 수요에 맞춰 7월부터 2700ha 규모의 양식장을 새로 조성할 방침이다. 또 10일부터 마른김과 조미김에 일시적으로 관세를 낮춰 수입을 늘려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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