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시진핑 유럽 순방의 전략적 의도

경기일보 2024. 5. 8. 03:01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종호 한양대학교 ERICA 중국학과 부교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부터 프랑스와 세르비아 및 헝가리를 순방하고 있는 가운데 5년 만에 유럽연합(EU)을 방문한 중국의 전략적 의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음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번 시 주석의 유럽 순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강대국 간 경제안보 갈등으로 대표되는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전략적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시 주석이 EU를 방문했던 2019년과 비교할 때 현재의 국제질서는 대변혁을 경험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미중 기술패권경쟁은 격화됐으며 2022년 러-우 전쟁 발발로 유럽은 냉전 이후 최대 안보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과 EU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디커플링과 디리스킹(de-risking)의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중국의 ‘생산 과잉’ 및 불공정 무역에 대한 비난과 함께 보복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작년 9월 EU가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 조사를 포함해 중국 기업 대상의 통상 관련 조사를 진행함으로써 이번 시 주석 유럽 순방의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시 주석은 지난 6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3자 회담에서 EU가 향후 좀 더 긍정적인 중국 정책을 채택할 것과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요청하는 등 EU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조했다.

다음으로 중국의 경제적‧외교적 영향력 확대 시도 역시 이번 시 주석의 유럽 순방의 중요한 목적이다. 헝가리는 중동부 유럽에서 중국의 최대 투자국이자 중국 ‘일대일로 국제협력’의 핵심국이며 양국은 신에너지 및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헝가리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유럽연합의 홍콩 문제에 대한 성명을 차단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연합의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지연시킨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 시 주석이 헝가리 방문을 통해 ‘일대일로 국제협력’과 관련된 추가적인 프로젝트에 합의함과 동시에 향후 EU 차원에서 전개될 수 있는 대중국 제재를 막기 위한 전략적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 주석의 세르비아 방문 역시 발칸반도 핵심 국가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외교적 영향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은 1999년 미영 주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의 베오그라드주재 중국대사관 폭격 사건 발생 25주년이 되는 7일 세르비아를 방문함으로써 중국이 강조해온 유엔헌장과 국제법 원칙에 기반한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시 주석의 유럽 순방이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 및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미중 전략경쟁 추세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유지하고 EU와는 개별국가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며 개발도상국이나 ‘글로벌 사우스’에는 경제적‧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