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단상] 일하러 온 거지 친해지러 온 건 아니잖아요
공공기관은 청렴교육이 의무다. 업무용 컴퓨터에 수시로 청렴에 관한 사항을 알려주는 알람이 작동한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이상은 전 직원이 강사를 모시고 강의를 들어야 한다. 지난달 열린 군포시 공무원 청렴교육 이후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이날의 강조 사항은 공직자의 가족은 취업이나 계약 시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예를 들었는데 어느 시의원의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수의계약으로 물건을 사게 되는 경우 청탁한 시의원보다 그 물건을 계약 부서에 사 달라고 요청해서 쓰는 부서 책임자와 담당자 그리고 계약을 진행한 부서 책임자와 담당자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된다는 예시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탁이나 당부, 권유에 주의해야 한다면서 이제까지 조직문화에서 강조되던 ‘우리는 하나다!’ 이런 거 하지 말란다. 강사의 강연 취지는 사적인 관계로 친해지면 공적인 일에서 단호하게 거절해야 할 때 주저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여기 비즈니스하러 온 거지 사적으로 친해지러 온 건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는 젊은 강사를 보면서 나는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 강사의 말대로 1980년대 중반 직장생활을 한 나는 이미 옛날 사람이다. ‘라떼는~’ 개인의 역량을 조직의 목표에 일치시키기 위해 당연히 조직원 모두가 ‘하나가 되는 일’이 먼저여야 했다. 그리고 시장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골몰한 일은 군포시 전 직원이 하나가 되게 하는 것이었다. 시장으로서의 내 생각은 조직은 하나가 돼야 한다고 믿고 살았다. 그래서 ‘한마음 연수’같은 조직 일체감을 키우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런 거 하지 말란다. 이곳이 대한민국 오늘의 공무원 세계의 현주소다.
한편 비즈니스 측면에서 성과가 좋은 구글, 메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조직원 간의 사적관계가 깊어질수록 업무성과가 좋아진다는 결론을 얻고 있다. 그래서 자기 자리보다 부서와 부서가 만나는 복도에 간식을 쌓아 놓는다.
부서가 다르더라도 오가며 마주치는 짧은 순간 눈인사에 그치지 말고 ‘요즘 어때’ 하는 가벼운 화젯거리를 중심으로 잡담을 많이 하도록 간식거리로 유도한다. 그렇게 할수록 업무효율이 높아진다는 결론에 따라 사무실 배치까지 바꾸고 있다.
개인적인 친밀도가 업무효율에 긍정적이라는 이야기 속에는 심리적으로 ‘내 동료가 나를 지지해준다. 내가 실패해도 비난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개인적으로 친한 건 친한 거고 일은 일’이라며 물로 씻은 듯이 깔끔하게 구분하라니 쉽지 않다. 그러니 그렇게 못할 바에는 친한 척하지 말라는 얘기니....
공무원 조직의 최종 목표는 시민에 대한 서비스다. 동시에 조직원들은 업무를 통해 자기가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어야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다.
군포시 공무원 조직이 급속도로 젊어지고 있다.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 사람 집에 가면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아는 사람들은 상당수가 집에 갔다. 지금은 연차 휴가원을 내도 그 이유를 묻지 못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시민에게 무한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행정학 박사도 풀기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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