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재명에 대선 경쟁자 인선 배제 제안”… 與당원들 “尹 탈당하라”
공식 직책 없는데 “우리가 물밑 조율”
‘尹, 李측에 총리 추천권 제안’ 등 주장
대통령실 “공식 라인 거쳤다” 진화
임 교수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선 직후 윤 대통령이 함 원장에게 전화해 ‘이 대표와의 만남을 조율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며 “함 원장이 내게 ‘이 대표에게 윤 대통령의 뜻을 전달해 달라’고 요청을 해 중간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윤 대통령이 함 원장에게 부탁한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이 서울 서초구의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며 단지 목욕 시설에서 같이 사우나를 하며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며 “함 원장이 나와 막역한 사이라는 걸 윤 대통령이 알고 부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회동 전 함 원장을 통해 이 대표 측에 ‘국무총리 추천권’을 비롯해 “여권 개편 과정에서 이 대표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유력 여권 주자를 배제하겠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문재인 정부 시절 시작됐다”는 등의 취지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회담을 공식 제안한 지난달 19일 저녁에는 이 대표와 함 교수, 임 교수가 3자 회동을 했다고 임 교수가 전했다. ‘비선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공식 라인을 거쳐 했다”며 “거창하게 특사라든지 물밑 라인은 없었다”고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도 “물밑 채널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현재 공식 직책을 맡지 않은 인물들이 “우리가 회동을 물밑에서 조율했다”고 자처하면서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대통령비서실장’ 검토설에 이어 비선 라인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尹-李회담 막후 비선 논란
“이재명, 총리 추천권 제안 등 거절
비서실장 임명엔 ‘뜻대로 하시라’ 해”
용산-민주 서로 “작업하나” 갈등조짐
‘비공식 채널’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민주당 측은 서로를 겨냥해 “‘작업’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여야 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 “尹, 李에게 ‘총리 추천해 달라’ 요청”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4·10총선 며칠 후 함 원장에게 “만나자”고 요청한 뒤 “이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 교수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함 원장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단지 내 사우나를 함께 하는 등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며 “나와 함 원장이 두 사람 가운데서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했다. 함 원장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회담 성사 과정에 물밑 역할을 했다며 윤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사실 여부를 묻는 동아일보의 질문에 “대통령의 큰 정치에 대한 진정성을 잘 소개해 달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함 원장-임 교수-이 대표’로 연결되는 이른바 ‘비공식 채널’이 꾸려졌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함 원장에게 전달한 메시지를 임 교수가 받아서 이 대표에게 전달하는 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해당 채널을 통해 이 대표에게 ‘국무총리 인사 추천권’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했다고 한다. 임 교수는 “윤 대통령이 ‘향후 대통령실 인사 등 여권 개편 과정에서 이 대표의 대선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인물들은 배제하겠다’고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제안 대부분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 추천권에 대해서는 “꼭두각시처럼 쓰고 버려질 총리라면 추천하지 않겠다”는 뜻을 임 교수를 통해 전달했으며, 윤 대통령의 ‘여권 개편 구상’에 대해서는 “경쟁자는 많을수록 좋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그렇다면 이 대표와의 회동 성사를 위해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등은 새로 임명해도 되겠느냐’고 제안했으며, 이에 대해 이 대표가 ‘뜻대로 하시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임 교수는 “이후 며칠 뒤 실제로 정진석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이 임명됐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회동을 공식 제안한 지난달 19일 ‘비공식 채널’은 오프라인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 대표와 함 원장, 임 교수는 19일 저녁 2시간가량 회동했다. 임 교수는 “함 원장이 앞서 나를 통해 전달했던 윤 대통령의 뜻을 다시 한번 설명하는 성격의 자리였으며 이 대표는 주로 경청했다”고 설명했다.
● “비공식 채널 없었다” 일축에도 커지는 파장
대통령실과 민주당 측은 비공식 채널 존재에 대해 일축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측 공식 라인이 다 역할을 하고 윤 대통령이 최종 결심을 해서 성사된 만남”이라며 “아주 기가 막힌 일이다. 이런 식의 ‘폭로 정치’와도 같은 일이 계속될 정도로 일각에서 계속 ‘작업’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진석 비서실장도 “정치 역사에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비선 논란에 대해 참모를 통해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 역시 “원래 한 가지 일이 성사되고 나면 ‘내 덕이다’라고 자가발전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의원은 “저쪽(대통령실)이 회동으로 국면 전환에 나섰다가 잘 풀리지 않자 ‘작업’을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고 했다.
양측의 수습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최근 ‘박영선 국무총리, 양정철 대통령비서실장설(說)’이 불거진 배경에 대통령실 내 비선 조직이 개입했다는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다시 비선 가동 의혹이 불거지자 한 여권 관계자는 “이제는 아예 ‘내가 비선이다’라고 자처하는 인물이 언론 인터뷰에 대놓고 자백을 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대통령이 탈당하고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가라”, “보수궤멸 시키려고 온 민주당의 트로이 목마냐” 등의 비판글이 수백 개 올라왔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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