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부모가족 행복, 일자리와 돌봄 해결서 온다

기자 2024. 5. 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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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홀로 생계와 육아를 해결해야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아이 돌봄이 필요할 때 지역아동센터에 맡기기도 했지만 거리가 멀어 한계가 있었어요.” 한부모여성 지원 현장에서 만난 한 엄마의 이야기다.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한부모가족이 되는 순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어려움은 ‘빈곤’이다. 경제적 빈곤만이 아니다. 본인과 자녀의 정서적인 어려움, 갑작스러운 가정 내 역할 변화 등으로 인해 한부모가족은 시간과 관계, 심리적인 빈곤을 동시에 겪게 된다.

특히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한부모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돌봄 문제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긴급 돌봄서비스가 있으나 급한 일이 있을 때 촉박하게 요청할 경우 연결이 어렵다. 2021년 발생한 ‘한파 속 내복 아이’ 사건도 코로나19로 아이가 등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한 한부모가 집에 아이 혼자만 두고 출근한 것이 발단이 됐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한부모가족이 택하게 되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자리의 질을 낮추는 것일 때가 많다. 변수가 많은 육아 특성상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낼 수 있도록 단시간 일하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얻는 것이다. 정규직을 얻더라도 자녀 돌봄 휴직을 쓰는 건 요원한 일이다. 2023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한부모 가구의 일·생활 균형 정책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육아휴직 혹은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한부모는 한 명도 없었다. 이는 표본의 한계도 있겠지만 한부모가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활용이 용이하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한부모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 조사에 따르면 151만 한부모가구 가운데 37만가구가 18세 이하 자녀를 키운다. 이 중 저소득 한부모가구(중위소득 60% 이하)는 18만5000가구에 달한다. 1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가구의 절반이 저소득 상태인 것이다. 특히 저소득 가구 중 엄마와 자녀로 구성된 모자(母子) 가구의 비율이 68%에 달한다. 이는 생계와 육아를 병행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 많다는 뜻이다.

출산과 육아로 오랜 기간 경력이 단절돼 취업이 어려운 한부모여성은 아예 창업을 택하기도 한다.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해 육아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어서다. 아름다운재단은 저소득 한부모여성을 위해 창업자금을 대출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일종인 ‘희망가게’ 사업을 2004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자신만의 가게를 운영함으로써 경제적 능력 향상과 함께 자존감도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당사자 간 네트워크도 형성하며 사회관계망을 넓혔다는 참여자들도 있었다.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아이 돌봄 지원 및 코로나19 긴급 지원 등 돌봄과 일자리, 사회적 관계망을 고려한 자립 지원은 효과적으로 이들 가정의 일상을 지키고 있다.

5월10일은 ‘한부모가족의날’이다.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실질적인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2019년 제정됐다. 앞서 언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양부모는 한부모에 비해 자녀와 상호작용을 하는 시간이 2배 길었다. 단순히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양질의 돌봄이라 할 순 없지만 한부모가정 내 가사와 노동으로 자녀 돌봄이 밀리는 상황을 더 세심하게 바라보고 지원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 한부모 및 다양한 가족 형태를 고려한 일·생활 양립제도가 개선되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적극적인 사회의 관심과 정책적 지원으로, 일하며 양육하는 모든 보호자가 사회에 당당히 서고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응원한다.

김예주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 팀장

김예주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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