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상 털기'라던 尹, 없앤 민정수석실 왜 다시 설치했나

김현빈 2024. 5. 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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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온 곳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이렇게 비판했다.

역대 민정수석실이 맡던 대통령 친인척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윤 대통령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에서 사정기관을 담당했던 반부패비서관실은 두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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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패배 후 제대로 된 민심 청취 기능 필요성 느껴
"구체적인 민정수석실 기능 설명 뒤따라야" 목소리도
김주현 수석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차차 검토"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된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온 곳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이렇게 비판했다. 자연히 취임 이후 조직을 없앴다. 하지만 7일 직접 마이크를 잡고 "민정수석실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왜 생각이 바뀐 것일까. 민정수석실이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민심 청취라는 순기능마저 약화되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사정업무를 배제할 방침이지만, 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임명하자 야권을 중심으로 우려가 여전하다.

대통령실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 부활을 본격적으로 검토한 건 총선 참패 직후로 알려졌다. 시시각각 변하는 총선 민심을 있는 그대로 파악해 전달하는 과정이 부족했고, 특히 고물가에 고통받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처가 기민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윤 대통령도 공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이날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했다”며 “모든 정권에서 다 그 기능을 이유가 있어서 하는 건데, 그래서 민정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배경을 설명한 것도 총선의 충격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권에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여전히 거센 점도 민정수석실 복원의 주요 배경으로 꼽는다. 역대 민정수석실이 맡던 대통령 친인척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통령 가족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이 공석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빈자리를 민정수석실로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검찰 출신인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민정수석에 기용하자 "사정기관 장악 의도", "채 상병 특검법 등에 대한 맞불"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윤 대통령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에서 사정기관을 담당했던 반부패비서관실은 두지 않기로 했다. 대신 민심 청취 기능을 맡는 민정비서관실을 신설한다. 법률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비서실장 직속에서 민정수석실로 옮긴다. 법률 조력과 민심 청취라는 본연의 임무로 민정수석실의 업무범위를 제한하기 위해서다.

관건은 민정수석실이 어떤 방식으로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고, 사정기관 위에 군림하는 폐해를 막을 것인지에 달렸다.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통한 사정기관 장악’ 우려에 대해 “사법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해야 될 문제”라면서 “제 문제, 또 저에 대해서 제기된 게 있다면 제가 설명하고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민정수석실의 세부 방향은 아직 모호한 셈이다.

김 수석도 이날 ‘수사와 관련된 정보들을 업무 범위에 포함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정보의 내용이나 이런 것들은 이미 공직기강이나 법률비서관실 운영을 하고 있었고, 민정비서관실에서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하는 것들은 차차 검토를 해 나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우선은 조직을 만들 때 이끌어가는 사람의 뜻이 중요한 게 아니겠느냐”며 “(민정수석이) 조직을 어떻게 이끌지 명확한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민정수석실이 해오던 인사 검증을 맡을지도 관심이다. 윤 대통령은 폐해를 줄이겠다며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업무를 법무부로 이관했지만, 문제 있는 후보자가 속출하면서 검증에 대한 불신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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