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디엔비엔푸 승전 70주년 기념식…프랑스 장관 첫 초청
1만2천여 관중 몰린 가운데 군사 행진 등 성대 행사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베트남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의 베트남 식민 통치를 사실상 끝장낸 '디엔비엔푸 전투' 승전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군사 행진 등 성대한 기념행사를 열었다.
특히 70년 전의 적이었던 프랑스 정부 장관을 기념식에 처음으로 초대, 과거를 뒤로 하고 프랑스와 화해·협력하려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AFP·로이터·베트남뉴스통신(VNA) 등에 따르면 이날 베트남 서북부 디엔비엔성 디엔비엔푸의 경기장에서 주민과 여행객 등 관중 1만2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70주년 기념식이 약 2시간 동안 열렸다.
행사에는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농 득 마인 전 공산당 서기장(재임 2001∼2011년) 등 베트남 전·현직 당·정부 지도부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또 중국 장칭웨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에서도 고위급 인사들이 자리했다.
특히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이 베트남 정부 초청으로 프랑스 장관으로는 기념식에 처음 참석했다.
찐 총리는 행사 연설에서 디엔비엔푸 승전이 식민주의를 무너뜨린 "정의의 승리"였다며 베트남 지도자 호찌민(1890∼1969)과 승전 주역인 보응우옌잡(1911∼2013) 장군 등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우리는 경제성장이라는 면에서 제2의 디엔비엔푸 승리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르코르뉘 장관의 참석에 대해 베트남과 프랑스의 전략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면서 "과거를 마무리하고 차이를 넘어 미래를 향해 나가려는 노력"이라고 환영했다.
앞서 전날에도 찐 총리는 르코르뉘 장관을 만나 국방, 정치, 경제,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후 폭죽이 터지고 베트남 국기와 베트남 공산당 깃발을 매단 헬기 11대가 상공을 나는 가운데 대규모 군사 행진을 비롯해 다양한 축하 행사가 열렸다.
이날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아오자이 등 전통의상 차림을 한 많은 관중이 이날 새벽부터 행사를 구경하기 위해 몰렸다.
또 공산당 구호와 호찌민 사진이 담긴 깃발이 디엔비엔푸 거리 곳곳에 나부꼈고, 전투 주요 장소를 관광지로 꾸미기 위해 단장하는 공사가 한창 벌어졌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70년 전 베트남군과 맞서 싸운 프랑스군 참전용사 3명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중 장 이브 기나르(92)는 "여전히 이 나라에 애착이 있다"면서 역사에 대해 더 이해하고 먼저 간 전우들을 기억하기 위해 왔다고 VN익스프레스에 밝혔다.
이들은 지난 5일 디엔비엔푸 승전기념관을 방문해 베트남군 병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승전국인 베트남 측의 전투 관련 전시물 등을 관람했다. 또 이들과 셀카 사진을 찍으려는 주민과 관광객들에 둘러싸여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번 기념행사에 대해 프랑스 폴발레리몽펠리에대학의 피에르 주르누 현대사 교수는 20년 전 기념식은 훨씬 더 신성하고 조심스럽게 치러졌지만, 오늘날은 더 개방적으로 됐다고 AFP에 말했다.
특히 베트남의 르코르뉘 장관 초청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베트남과 중국 간 긴장이 심화하는 가운데 베트남과 프랑스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점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주르누 교수는 미국 중국에 이어 "프랑스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3번째 목소리'가 되고 싶어 한다"면서 이는 미중의 압박 사이에 낀 베트남의 입장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1954년 베트남군은 베트남 서북부 라오스 접경지역 디엔비엔푸의 프랑스군 요새를 포위, 56일간의 격전 끝에 그해 5월 7일 함락시켰다.
이 전투의 패전으로 프랑스의 베트남 식민 통치는 사실상 무너졌고 베트남은 독립을 맞이하게 됐다
베트남군 1만여명 등 모두 1만3천여 명이 전사한 디엔비엔푸 전투는 세계 최초로 피식민지 국가가 자체 무력으로 서양 점령군을 몰아낸 사건으로 20세기 역사를 바꾼 주요 전투 중 하나로 평가된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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