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왜 민정수석을 부활했나···검찰수사 통제·국회 비위 수집 통한 레임덕 대비?

유설희 기자 2024. 5. 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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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신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한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소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민정수석실을 부활하며 민심 청취 기능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 공약을 취임 2년만에 파기한 윤 대통령의 의도를 두고는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검찰 인사권 통제를 통해 자신과 가족 관련 검찰 수사를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이란 시선이 강하다. 채 상병 특검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이 가동될 경우를 대비하려는 목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나아가 국회의원 비위 정보를 수집하는 등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의 대국회 견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민심 청취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 인선을 직접 발표하며 민정수석실 부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아무래도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해서 그동안 취임한 이후부터, 언론 사설부터 주변의 조언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받았다”며 “모든 정권에서 다 기능을 둔 이유가 있어서 하는 건데 그래서(민정수석실이 없어서) 민정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그 역기능을 우려해서 법무비서관실만 두셨다가 결국은 이제 취임한 2년 만에 다시 민정수석실을 복원하셨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신임 민정수석이 검찰 출신이다 보니 사정기관 장악 우려가 나온다’는 취재진 질문에 “민심 정보라고 하지만 결국은 정보를 수집하고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보를 다루는 부서는 법률가가 지휘를 하면서 정보 자체가 법치주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과거 역대 정권에서도 법률가 출신들이, 대부분 검사 출신들이 민정수석을 맡아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어용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사법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해야 될 문제이지, 또 저에 대해서 제기된 게 있다면 제가 설명하고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서 설치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민정수석실 산하에는 민정비서관실이 신설된다. 비서실장 산하에 있던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이 민정수석실 산하로 이관됨에 따라 총 3개 비서관실 체제로 운영된다.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에 설치됐던 반부패비서관실은 빠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사정기관 장악 우려를 해소할 만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은 브리핑에서 ‘사정기관에서 올라오는 수사정보를 수집을 할 건지, 수집을 한다면 어떻게 처리할 건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구체적인 정보의 내용이나 이런 것들은 이미 공직기강이나 법률비서관실(이) 운영을 하고 있었다”며 “민정비서관실에서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하는 것들은 차차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사정보 수집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민심 청취를 위해 민정수석실을 되살렸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설명이지만 역대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보다는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통제하는 역할이 컸다. 결국 사정기관 장악을 통해 행정부의 조기 레임덕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 부활로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는 윤 대통령과 관련된 검찰 수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신속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김 여사가 연루된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수사 중이지만 김 여사 사건을 종결짓지 않고 있다. 검찰은 오는 7월 예정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2심 재판 선고 내용을 검토한 뒤 향후 수사 방향을 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수사에 대해 윤 대통령이 검찰 인사를 컨트롤하는 민정수석을 통해 관련 수사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려고 시도하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고검장 출신인 양부남 민주당 광주 서구을 당선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검찰과 경찰을 장악하기 위해서 검찰 출신의 민정수석으로 기용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대통령이 검찰인사를 할 때 장관과 민정수석의 보좌를 받는데 그 헤게모니에 있어서 민정수석이 더 무게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정수석을 부활하게 되면 모든 검찰의 주요 보직자들은 민정수석과 코드를 같이 한다”며 “김건희 여사 수사나 윤석열 대통령 본인에 대한 수사의 방탄에 더욱 도움이 되는 것이고 더 확고하게 친윤 체제로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자신과 김 여사를 향한 특검이 가동될 경우를 대비한 방어 목적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은 5월말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과 국회 재표결을 통해 자동폐기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일종의 ‘용산포럼’을 차린 것이란 시각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MBC 라디오에서 “앞으로 대통령에게 들이닥치는 특검, 일단 영부인에 대한 특검부터 시작해서 이런 것들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수사정보 수집을 통해 국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더해 민정수석이라는 국회 견제 수단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과거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를 명목으로 정보경찰 보고서 등을 활용해 정적에 대한 약점을 수집해 논란이 됐다. 가까운 예로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 산하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8년 지방선거 전 청와대가 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작성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범죄첩보가 당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에게 전달돼 하명수사가 이뤄졌다는 것이 골자였다.

특히 이를 통해 여당 의원들의 특검법 표결 시 이탈표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검사 출신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쉽게 말해 정보경찰을 활용한 캐비닛 정치가 시작되는 것”이라며 “여당은 국민의힘 누구 의원이 돈 얼마를 받았다, 혼외자가 있다 등 이런 비위 정보로 컨트롤하기가 제일 쉽다. 이걸 대통령실이 가지고 있으면 여당 의원들도 말을 못한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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