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복수급 조장하는 '무제한 실업급여' 손질…실업자 재취업 유도
180일 이상 근무, 고용보험 내면
횟수 제한 없이 실업급여 받아
세 번 이상 받으면 50% 감액
22대 국회서 法개정안 재추진
예산안 편성 지침에 대책 반
정부가 추진하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제도 구조조정 방안의 핵심 축은 과도한 반복 수급 차단과 재취업 연계 강화다. 횟수 제한 없이 최저임금보다 많은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한 일부 수급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해서 받는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은 기현상이 벌어져 모럴 해저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반복 수급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반복 수급 부추기는 현행 제도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11조7922억원이다. 2018년(6조6884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고용보험법 개정으로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3~8개월에서 4~9개월로, 기준액은 하루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확대되면서 지급액이 급증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찾아오면서 실업급여 지급액은 12조1841억원으로, 1년 전인 2019년(8조3858억원) 대비 4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때부터 고용시장에선 실업급여 지급을 놓고 중소·중견기업 사장과 자영업자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실업급여가 실업 위로금이나 고용보험료 납부 대가라는 잘못된 인식도 빠르게 확산했다. 자발적인 이직에 권고사직 처리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근로 계약기간을 1년이 아니라 7~8개월로 하겠다는 구직자가 속출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자발적으로 이직하면 안 되고 최소 180일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실업급여 수급 기간 중 재취업 비율은 작년 기준 30.3%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21년(26.9%) 대비 상승한 것이다. 재취업 대신 실업급여에 쏠리는 이유는 일하지 않고도 받는 돈의 액수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 허점 탓에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 있다. 실업급여를 세 차례 이상 받은 수급자는 2019년 8만6000명에서 지난해 11만 명으로 증가했다.
반복 수급 시 급여 감액 재추진
정부가 실업급여 제도 손질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증하고 모럴 해저드가 만연한다는 지적에 따라 고용부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0월 반복 수급자를 대상으로 세 번째 수급부터 급여액을 최대 50% 삭감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협의를 거쳐 정부 발의로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21대 국회에 여전히 계류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과도한 반복 수급을 막겠다는 취지에 민주당도 공감했지만 정권 교체 후 정국이 급랭하면서 관련법이 더 이상 논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달 29일 마지막으로 열리는 본회의에는 상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안은 이번 회기에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고용부는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똑같은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는 과도한 실업급여 반복 수급을 막기 위해 예산안 편성지침에 관련 대책을 반영하기로 했다. 실업급여 예산에 대한 첫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편성한 실업급여 예산(추가경정예산 포함)은 2018년 6조5946억원에서 올해 10조9144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고용부에서 구체적인 수치가 담긴 예산 요청서를 받지 못해 내년 예산이 감액될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과도한 반복 수급을 막는 동시에 기업·구직자 도약보장패키지 등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사업과 실업급여 수급 구직자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이달 말까지 기재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재취업할 수 있는 기업이나 관련 일자리를 적극 연계해 재취업 비율을 30%대 중후반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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