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박정자부터 루나까지…2024년 연극 '햄릿'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7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연극 '햄릿' 간담회에서 "원로, 중견, 젊은 배우가 함께 만드는 축제 같은 연극이다. 2~3년마다 선생님들 모시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함께 하는 만큼 연습실 분위기는 치열하면서 활기차다. 이 작품에 세 번째 출연하는 김성녀(거투르드 역)는 "연습실에서 행복을 느끼는 동료들과 함께 하니까 10년은 젊어진 것 같은 에너지와 행복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이호재(유령 역)는 "60년간 열심히 하는 걸로 버텼는데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정말 열심히 한다"고 엄지를 들었다. '햄릿'으로 연극에 데뷔하는 루나(오필리어 역)는 "공연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햄릿' 역은 강필석과 이승주가 번갈아 연기한다. 2022년에 이어 또 한 번 햄릿 역을 맡은 강필석은 "2022년 공연 때 대사 한 줄을 2시간 동안 연습하면서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끝날 때쯤에는 '이런 세계가 있구나' 싶었다. 공연 전 느꼈던 극심한 부담감이 행복감으로 바뀌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는 느낌이 들어 행복하다. 햄릿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보다는 선생님들과 어떤 무대를 만들까 고민하고 있다. 더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처음 '햄릿' 역으로 합류한 이승주는 "'햄릿'은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역할이다. 대한민국 연극의 살아있는 역사인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작품에서 '햄릿' 역을 맡아 감회가 더 남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선뜻 대답을 못했다. '내가 선생님들과 이 연극을 할 수 있는 그릇인가' 하루동안 고민한 끝에 담을 수 없을지언정 부딪히고 깨져도 어떤 형태로든 그릇을 만들어 보자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두 '햄릿'의 연기 대결도 볼 만하다. 손진책 연출은 "강필석이 외향적 사유형이자 아폴론적 햄릿인 반면 이승주를 내향적 사유형이자 헤르메스적 햄릿이다. 강필석은 대사하는 힘이나 정교함이 그리스 조각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이승주는 멜랑콜리 그 자체다. 슬픈 선율이 흐르는 듯한 캐릭터"라고 평가했다.
손 연출은 연극이 인간학이라면 햄릿은 죽음학이라고 말한다. 그는 "삶과 죽음을 하나의 연속체, 불변적 존재로 이해한다면 삶과 죽음은 하나이고 우리의 매 순간 속에 혼재돼 있다"며 "이번 시즌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서 나아가 죽음으로부터 삶을 되짚는다"고 말했다. 비존재의 존재인 사령(死靈)처럼 연기하는 등장인물들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삶의 의미를 반추하고 죽음에 대해 철학적 고찰을 하도록 안내한다.
올 여름에는 햄릿을 비롯 전도연·박해수 주연의 '벚꽃동산', 황정민·송일국 주연의 '맥베스' 등 대극장 연극이 줄줄이 개막한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박 대표는 "한동안 대극장 연극이 뜸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공연하면 서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것 같다"며 "흥행을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연기를 바탕으로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면 객석이 채워질 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햄릿 공연 수익금은 차범석연극재단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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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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