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갑질 대사’ 문제, 한-중 관계 개선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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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기 동창'인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의 '갑질 의혹'에 대해 "징계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사를 그대로 유임시키면, 윤 대통령은 한-중 관계가 차갑게 얼어붙은 심각한 위기 속에서 '국익'보다 '우정'을 택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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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기 동창’인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의 ‘갑질 의혹’에 대해 “징계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사를 그대로 유임시키면, 윤 대통령은 한-중 관계가 차갑게 얼어붙은 심각한 위기 속에서 ‘국익’보다 ‘우정’을 택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다. 대중 강경 외교의 상징인 정 대사를 조속히 교체해 꽉 막힌 중국과의 관계를 푸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7일 외교부는 정 대사가 주중 대사관의 한 주재관을 대상으로 한 교육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징계 사안까진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갑질 의혹은 일정 부분 사실이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과 정 대사는 사석에선 반말을 쓸 정도로 친한 친구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 임명될 때부터 정 대사가 지나치게 깐깐하고 학문적 자존심이 강해 중국 대사라는 막중한 업무를 감당하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 2022년 8월 취임 직후부터 ‘실명 보도’와 관련해 기자들과 갈등을 빚은 뒤 지금까지 이를 풀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직원들 사이에선 갑질이나 막말 논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외교는 나의 뛰어난 논리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승부’가 아니라, 허심탄회하고 솔직한 자세로 서로 간 타협의 여지를 넓혀가는 미묘하고 어려운 ‘과정’이다. 도량이 없는 대사가 바람 잘 날 없는 한-중 관계를 무난하게 끌고 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난해 6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탓도 있겠지만, 한-중 간의 대사급 대화는 완전히 중단된 지 오래다.
주변을 둘러보면, 윤 정부의 ‘미·일 일변도 외교’로 한-중 관계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이제 한·일의 전투기가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를 함께 호위 비행하고, 대만이 속한 동중국해에서 한·미·일 해군이 연합훈련을 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급박한 외교·안보 현실 속에서 중국을 상대로 우리 국익을 지켜내려면 이 의혹이 아니었어도 정 대사 교체는 불가피했다.
한-러 관계의 회복은 당장 쉽지 않겠지만, 한-중 관계는 아직 파국에 이르지 않았다. 곧 이달 말께 한·중·일 정상회의도 열린다. 윤 대통령은 정 대사를 당장 교체해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정 대사 역시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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