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 김건희 여사, 몸 푸는 김혜경…뒤바뀐 권력지형 암시?

변문우 기자 2024. 5. 7. 17: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날 행사도 불참한 김 여사…이재명 손잡고 2년 만에 나타난 김혜경
‘尹-明’ 권력지형 변화가 요인? 나경원 “용산과 여의도 대통령 따로 있어”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지난 대선의 경쟁 상대이자 현 정치권의 양대 권력인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들의 배우자이자 '사법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는 김건희 여사와 김혜경씨의 최근 행보가 뒤바뀐 모습이다. 김건희 여사는 총선 정국부터 약 5개월 동안 두문불출인 반면, 김혜경씨는 대선 후 2년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섰다. 총선 후 권력의 추가 행정 수반인 윤 대통령에서 거대 야당 대표가 된 이 대표로 기운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김혜경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사법 리스크' 金 여사들, 한 명 숨으면 다른 한 명은 공개 행보?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순방 이후부터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상태다. 당초 김 여사는 지난 대선에서 공언했던 '조용한 내조'와 반대로,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 취임하자마자 정치권의 큰 관심을 받으며 공개 활동을 이어왔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에 대부분 동참하며 영부인으로서 면모도 과시했다. 이에 야권에선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등 각종 리스크를 조명하며 공격의 타깃으로 삼기도 했다.

특히 김 여사는 지난해 11월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논란의 정점에 서기도 했다. 해당 논란은 올해 초 총선 국면까지 맞물리면서 여권의 판세에 큰 악재가 됐다. 이에 김 여사는 이후 모든 공개석상에서 비공개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총선 사전투표일엔 윤 대통령과 별도로 조용히 투표했으며, 총선 직후 루마니아 대통령이 부부 동반으로 방한했을 때도 루마니아 대통령 배우자와 비공개 일정만 소화했다.

가장 최근엔 윤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연무관에서 주관한 어린이날 기념행사에도 김 여사만 불참했다. 지난해 윤 대통령과 함께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총선 압승으로 거대 의석을 꾸린 야권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 특검을 계속 겨누고 있는 만큼, 대통령실은 당분간 김 여사가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공개 일정을 계속 차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김혜경씨는 지난 4일 이재명 대표와 함께 인천 지역 어린이날 행사인 '어린이 놀이 축제' 등에 참석하며 2년3개월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섰다. 김씨가 지역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사진 찍는 모습이 이 대표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부부가 행사장에 나온 것은 대선 끝나고 처음이다. 2년이 훨씬 넘은 것 같다"고 소회도 밝혔다.

앞서 김씨는 대선 이후부터 4·10 총선까지 외부 공개일정을 대부분 수행하지 않아왔다. 대신 본인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경찰에 출석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왔다. 김씨는 2021년 8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당 관계자들에게 10만원 가량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그는 법인 카드 유용 혐의 등으로 검찰의 수사도 받고 있는 상태다.

대권 노리는 이재명…김혜경도 공개 행보 계속 늘릴 듯

'사법 리스크'에 연루된 두 사람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배경에는 각 배우자인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권력 지형'에 변화가 생긴 것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표는 22대 총선 압승으로 거대 야권을 만들면서 국회 권력의 1인자로 부상한 것은 물론, 차기 대권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후 '책임론'에 휩싸이며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혔다. 여소야대 국회에선 윤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의결 결과가 불투명하다. 그만큼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인식은 여당 내부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중진인 나경원 당선자도 6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용산 대통령이 따로 있고, 여의도 대통령이 따로 있는 정국"이라며 "지금 이재명 대표가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1당이 된 민주당을 상대로 하는 여의도 안에선 우리가 야당 아닌가"라고 자조 섞인 반응도 보였다.

정치 권력지형 변화는 1년8개월 동안 지연돼온 '영수회담'이 이뤄지는데도 영향을 미쳤다. 윤 대통령도 더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만을 이유로 압박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관련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영수회담은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의 만남이다. 이재명 대표는 입법 권력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은 행정 권력의 수장인 부분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며 "이 대표는 제1야당을 넘어 권력의 실체로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 대표가 차기 대권까지 노리며 '윤석열 정권 심판'에 집중하는 만큼, 김혜경씨의 공개행보도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잠행 중인 김건희 여사와의 차별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취지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총선에서 검찰독재정권 심판이라는 민의를 입증한 만큼, 이 대표와 김혜경씨도 사법 리스크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며 "앞으로 김건희 여사와 대비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공개행보를 차츰 늘리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