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홍대 앞, 속타는 지구대 … "야간에만 사건 200건 처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2일 밤 10시께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식당에서 마약 투약 후 버린 것으로 의심되는 물품이 있다는 신고가 홍익지구대에 들어왔다.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마포서 홍익지구대의 112 신고 건수는 지난해 기준 5만271건으로 부산진서 서면지구대(3만8436건), 평택서 평택지구대(3만5787건) 등 신고가 많은 전국 지구대와 비교해도 1만건 이상 많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약물품 발견 현장 긴급출동
쓰레기통까지 뒤져 증거 확보
술집 많아 주폭 사건 줄이어
"경찰에 덤비는 취객도 많아"
양화대교 자살소동 출동 빈번
"지난주 20대 남성 겨우 살려"
지난 2일 밤 10시께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식당에서 마약 투약 후 버린 것으로 의심되는 물품이 있다는 신고가 홍익지구대에 들어왔다. 2인 1조로 순찰 중이던 경찰관들은 곧바로 신고 장소로 이동해 식당 쓰레기통을 뒤져 주사기와 약물이 담겨 있는 지퍼백을 찾았다. 주사기에는 정체불명의 액체가 들어 있었고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
사건 현장을 직접 맞닥뜨리는 지구대·파출소는 '경찰의 최전방'으로 불린다. 특히 홍익지구대는 전국에서 가장 바쁜 지구대로 꼽힌다. 술집과 클럽이 밀집해 있는 관할 지역 특성상 취객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극한직업'으로 꼽히는 홍익지구대 경찰관들의 야간 순찰을 동행 취재했다. 경찰차 내부에 부착된 신고 접수 현황 모니터는 신고 목록이 쉼 없이 갱신돼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소음, 교통 위반, 폭력, 시비, 가정폭력, 보호조치 등 사건 내용도 가지각색이었다. 긴급 출동이 필요한 빨간색 코드1도 자주 눈에 띄었다.
홍익지구대 관할 범위에는 서강대교와 양화대교가 있어 자살 신고도 종종 들어온다. 강동훈 홍익지구대 경장(34)은 "지난주에도 20대 후반 남성이 양화대교에서 투신했다"며 "다행히 강에서 바로 건져내 보호자와 자살예방센터에 인계했다"고 전했다.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유흥가 신고는 늘어난다. 송치호 홍익지구대 경위(42)는 "방학이 끼어 있고 낮이 길어 외부 활동이 많아지는 여름에 신고가 가장 많이 들어온다"며 "늦은 밤 신고 건수가 줄어드는 주택가 지구대와는 반대"라고 말했다.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주폭(酒暴)'이 특히 골칫거리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주취자를 목격하고 신고하는 일도 잦다. 경찰이 출동해 주취자를 깨우면 욕부터 하는 사람이 다반사다.
홍익지구대에서는 경찰관 200여 명이 4개팀으로 나뉘어 주야간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경찰은 파출소와 지구대 인력을 통합해 특정 지역 순찰을 강화하는 '중심지역관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강·연남지구대 등 인근 지구대가 지난해 9월부터 사건 발생이 많은 홍익지구대로 통합돼 운영되고 있다. 홍익지구대의 조직 규모가 커지고 전담 구역이 넓어진 것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접수한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순찰차가 부족한 일도 부지기수다.
송 경위는 "타 지구대와 통합되기 전에도 야간 근무 땐 하루 기본 150건의 신고가 들어왔다"며 "지금은 담당 구역이 넓어져 약 200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지구대 신고 건수는 전국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마포서 홍익지구대의 112 신고 건수는 지난해 기준 5만271건으로 부산진서 서면지구대(3만8436건), 평택서 평택지구대(3만5787건) 등 신고가 많은 전국 지구대와 비교해도 1만건 이상 많았다. 경찰 1인당 신고 건수 역시 지난해 461건에 달해 서울 지역 지구대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쏟아지는 신고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포서 범죄예방대응과를 중심으로 지역별 신고와 범죄 발생 건수를 분석하고 이를 반영해 '순찰차 표준 순찰 근무표'를 만들기도 했다. 김준수 홍익지구대 4팀장(56)은 "시간대별로 순찰이 필요한 주요 지역을 세분화했고 이에 따라 순찰 인력을 2인 1조로 배치해 핀포인트 순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잦은 민원인 대응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지구대원들은 홍익지구대 소속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지구대에 붙어 있는 수많은 대통령·경찰청장 표창이 전국에서 가장 바쁜 지구대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지혜진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91m 아래로 ‘꽝’, 사람은 멀쩡”…한국車가 살렸다더니, 또 美쳤다 [왜몰랐을카] - 매일경제
- “합치면 어떨까”…공무원연금 월 203만원, 국민연금의 5배 - 매일경제
- 미국서도 먹고싶어 난리라는데...가격 급등에 ‘국민반찬’ 밥상서 사라지나 - 매일경제
- “얼굴 몸매 보러 온 거 아닌데”…외모만 신경쓰다 망신 당한 中육상 스타 - 매일경제
- “이름값 믿었다가, 끝없는 추락 어쩌나”…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이탈 현상’ - 매일경제
- “해외여행 가는데 환전 안 해?”…요즘엔 ‘이게’ 대세, 네카오 맞붙는다는데 - 매일경제
- ‘어당팔’ 황우여, 점잖게 한동훈 직격…“보수를 굉장히 당황스럽게 만들어” - 매일경제
- [속보] 검찰총장, 명품백 의혹에 “법리 따라 엄정수사” - 매일경제
- 與이재영 “홍준표, 한동훈 재등판 판 깔아줘…제가 참모라면 쉬라고 할 것” - 매일경제
- 스윕 당하면 뒤집힌다, 242억 투자 한화 ‘꼴찌 도돌이표’ 위기…‘취임 1주년’ 앞둔 최원호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