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응답하라! GTX

2024. 5. 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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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직원들의 대화를 곁에서 들었다.

동탄에 사는 직원은 아침 7시 전에 집을 나서야 가까스로 9시 전 서울 사무소에 도착한다고 했다.

삼사십대 직원들의 고달픈 출퇴근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원하는 장소가 서울 몇 곳에 집중되어 진입 문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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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직원들의 대화를 곁에서 들었다. 동탄에 사는 직원은 아침 7시 전에 집을 나서야 가까스로 9시 전 서울 사무소에 도착한다고 했다. 분당에서 출퇴근하는 다른 직원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막상 서울로 이사하려 해도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삼사십대 직원들의 고달픈 출퇴근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치열하게 배우고 일하며, 열정을 쏟아낼 인생 정점기에 매일 왕복 4시간을 하릴없이 길에서 보내는 것이다. 하루 4시간, 무언가를 꾸준히 배우고 익히면 인생이 달라지고 나라가 달라질 수도 있는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가 길 위로 버려지고 있다.

우리는 살기 좋은 장소에 대한 갈망을 품고 산다. 더 나은 자녀 교육을 위해,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공원을 가까이하기 위해.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원하는 장소가 서울 몇 곳에 집중되어 진입 문턱이 높다. 살고 싶은 곳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많은 생활 문제가 비롯되며, 간극이 클수록 사회는 분열되고 쪼개진다.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정책 입안자들과 실행자들이 감당해야 할 숙명이다.

필자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교통 분야 연구자로 살았고, 또 다른 20년은 도시 정책을 만들며 살아왔다. 도시 정책과 교통 정책은 따로 움직이면 부작용이 커져 때론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지만, 합을 맞춰 같이 가면 삶의 문제에 답을 주는 최강의 비기가 된다. 두 분야에서 나름의 궤적을 쌓으며 살아왔던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었고, '어떻게 사회에 보답할 것인가'를 늘 고민했다. 20년 전 경기도에 몸담고 있던 때에도 그랬다. 서울행 광역버스 대열에서 고단한 아침을 맞는 주민들을 보며, 당시 고안했던 정책이 서울과 경기도 간 통합환승요금 시스템이었다. 시민들의 반응이 좋았고, 이에 힘입어 서울과 경기도를 연결하는 보다 근본적인 방법을 찾기로 했다.

러시아에서 지하 84m에 건설한 대심도 지하철을 타보았으나 속도가 느렸다. 날렵하게 달리는 프랑스 광역급행철도(RER)도 살펴보았으나, 이를 수도권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높은 사업비와 장기간의 공사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대규모 승객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신속하게 만들 방법이 없을까?' 가진 지식을 총동원하고 전문가와도 수십 차례 토론했다. 그 결과 도달한 해법이 바로 러시아 대심도와 프랑스 RER의 장점을 결합하여 지하 40m 이상 대심도에 건설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reat Train Express(GTX)였다. 오랜 산고 끝에 드디어 개통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오래전 고민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지난주 동탄에 사는 직원이 순간속도가 180㎞까지 오르는 신기한 지하철을 타고 왔다며 자랑이다. 적어도 후손을 위해 좋은 일 한 가지는 했구나 싶어 안심된다.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 그곳에 닿는 더 빠른 길이 계획대로 착착 확충되어 각자의 꿈에 응답하기를, 갈망과 현실의 간극으로 인해 깊어졌던 곳곳의 골짜기가 평탄해지기를 소망한다.

[이한준 LH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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