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21세기 차르' 대관식…종신집권 꿈꾼다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송영찬 2024. 5. 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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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집권 5기 임기를 시작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섯번째 임기를 시작하고 사실상 ‘종신집권’의 서막을 올렸다. 2030년 임기를 마치면 최장 기간 러시아를 통치한 명실상부 ‘현대판 차르(황제)’가 된다. 취임을 하루 앞두고는 전술핵무기 훈련을 지시하며 대(對)서방 공세 수위도 끌어올렸다. 국내외 정세가 불안정한 만큼 푸틴 대통령이 대대적인 내부 결속과 푸틴의 친정 체제 강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친정체제 강화... 종신집권 '포석'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의 첨탑 위로 러시아 국기가 게양돼있다./ AFP연합뉴스

7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현지시간 오후 12시 차이콥스키 행진곡과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모스크바 크렘린궁 안드레옙스키 홀에 입장한 뒤 헌법에 오른손을 올리고 취임 선서를 하며 공식 취임한다. 이날 취임식에는 입법·행정·사법부 대표, 러시아 영웅 훈장 수훈자, 주요 종교 대표, 각국 대사들이 참석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날 취임식에 러시아에 주재하는 모든 공관장을 초대했지만 프랑스 등 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제외한 서방 국가 대부분은 이날 취임식을 보이콧했다. 

올해 71세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사실상 종신집권을 시작한다. 이번 임기는 2030년까지지만 한 차례 더 출마할 수 있어서다. 푸틴 대통령은 2008년 개헌을 통해 종전에 4년이던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렸고, 2020년 개헌을 통해 재출마 발판을 만들었다. 2020년 개정된 헌법은 원래 제한이 없던 대통령 중임 횟수를 2회로 제한했지만 동시에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개헌 전의 대통령직 횟수를 무시한다는 특별 조항을 넣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사망한 직후 치러진 지난 3월 대선에서 역대 최고인 87.28% 득표율로 당선됐다.

푸틴 집권 5기의 초점은 대대적인 내부 결속 강화에 맞춰질 전망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선 승리 직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며 내부 통합을 강조했다. 대선 직후 모스크바 인근 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일어난 테러로 145명이 숨지자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대책을 연이어 내놓기도 했다.

대대적인 정부 개편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법에 따르면 대통령 취임일에 내각은 사임하고대통령이 추천한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을 의회(상·하원)가 승인해야 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상·하원에 “새 정부 구성에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을 진두지휘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2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등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핵 위협 수위 끌어올려 

지난해 9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방과 러시아 간 신(新)냉전 구도는 더욱 고착화될 전망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푸틴 대통령의 취임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남부군관구의 미사일 부대가 ‘가까운 미래’에 전술핵무기 사용을 연습하기 위해 훈련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이 훈련을 명령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크렘린궁은 이번 훈련이 최근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언급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가 러시아 본토 타격에 이용될 수 있다”고 밝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의 발언과 관계있다고 밝혔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핵 위협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북·중·러 3국은 더욱 밀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중순 중국을 국빈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다. 새 임기 시작 후 첫 순방이다. 연내 방북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는 지난 2월 러시아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방북 기간 상호 여행에 관한 협정을 서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를 직접 위반하는 것보다는 관광 활성화나 식량 지원 등의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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