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투더스페이스]⑥ "한국 우주개발, 달 착륙 이후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이병구 기자 2024. 5. 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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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한 KAI 우주시스템연구실장
이창한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 우주시스템연구실장. KAI 제공

[편집자주] 5월 27일 처음으로 한국 우주개발을 전담하는 정부 기관인 우주항공청이 출범합니다. 누리호와 다누리 성공 이후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열망이 뜨겁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은 2030년 5900억달러(약 8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열악한 환경에도 미래 우주시장 개척에 묵묵하게 발걸음을 디뎌온 국내 우주기업들을 만났습니다.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기대감,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다이내믹한 도전을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국내 우주산업은 대부분 정부가 시장을 만들고 연구기관이 주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가의 우주기술이 고도화되는 성과가 있었지만 정부의 민간 시장 확장 노력은 미흡했습니다. 지금까지 우주산업 정책을 수립했지만 세부 계획을 이행할 하위 규정이 미흡해 산업이 성숙하지 못하는 악순환 구도가 지속됐습니다. 연구기관이 주도하는 기술구현 중심의 연구개발에 머무르지 말고 상용성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기업이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창한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 우주시스템연구실장은 우주항공청 개청으로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구조가 확립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정부의 우주개발 목표를 보면 '달 착륙을 하겠다'가 끝이고 그 다음에 뭘 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고 지적했다. 우주기술의 활용 목적과 경제적 부가가치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KAI는 1999년 여러 기업체의 우주항공 부문이 통합되며 설립된 기업이다.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 헬기 개발 등 국가방위산업체로 많이 알려졌지만 중대형 위성 등 국가 주도 우주 사업에 참여해 온 우주항공 기업이다. 이 실장은 KAI 설립 이전 현대우주항공에서부터 시작해 현재 KAI에서 우주 부문의 사업화를 담당하며 계약이나 제조, 생산, 위성 수출 관리 등을 총괄하고 있다.

이 실장은 "국내 자체 기술력 개발도 좋지만 국제 공동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합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문제"라며 "우주여행이나 자원 탐사 등 새로운 시장을 통해 거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다가올 우주 시대의 큰 의의"라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위성의 크기가 커지고 임무 기간이 길어지는 추세기 때문에 소재 등 하드웨어가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며 "KAI는 하드웨어가 강한 기업"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우주항공청의 6G 통신, 항법, 우주탐사, 우주 모빌리티 등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며 KAI의 역량을 집중해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실장과의 일문일답.

Q. 연구기관 중심 우주개발의 문제점에 대해 더 설명한다면.

"지금까지 정부가 사업을 만들고 항우연 등 출연연을 통해 기술을 개발시켰다. 연구기관에서 기술을 축적하고 국산화를 할 수 있겠지만 시장성과 사업성을 생각하지 못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자본을 투입했는데 어떤 기업도 커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연구 기획 단계부터 기업이 참여해 생산성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우주기업 지원으로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고, 기업은 우주에서 실현한 수익을 재투자해 새로운 시장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우주항공청의 개청으로 국내 우주 경제 시대를 앞당길 민간 주도 우주개발 구조가 확립될 것으로 믿는다."

Q. 정부의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사람들을 화성에 이주시켜 살도록 하겠다'와 같이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에 필요한 기술과 제품, 서비스가 맞물려서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만들어 질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로드맵을 보면 '달에 착륙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 다음이 없다. '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 없이 착륙선을 달에 가져다 놓기만 하는 건 부가가치를 만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달의 샘플을 가져와서 어떠한 목적으로 무엇을 알아내는 연구를 하겠다' 식의 구체적인 활용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알맞은 하드웨어 스펙과 개발방안이 정해져야 한다."

Q. 국제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는데.

"캐나다의 우주개발 예산은 우리보다 훨씬 적지만 국제우주정거장 사업에 로봇팔 개발로 참여해서 '캐나담'이라는 캐나다 로봇팔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국내 기술력 개발과 국산화도 좋지만 국제 공동협력을 해야 글로벌 시장을 함께 만들고 합류할 수 있다."

Q. 우수 인재가 지방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고민도 했는지.

"미국은 보잉사를 중심으로 지금의 우주항공 상징 도시인 시애틀이 형성됐고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도 함께 성장해 생태계를 구축했다. 또 에어버스가 위치한 프랑스 툴루즈를 중심으로 국가우주청(CNES) 및 항공·우주기업, 교육 기관 등의 생태계가 완성되어 있다.

서부 경남은 KAI와 협력업체를 포함해 항공국가산업단지, 위성특화지구 등의 인프라가 있어 우주항공산업 최적지다. 중앙정부-지자체 간 협업을 통해 적극적이고 빠른 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이 인재 유치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대학교 중심의 장학제도, 맞춤형 인재 양성, 창업지원, 계약학과 개설 등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Q. 앞으로 KAI의 목표는 무엇인가.

"KAI는 하드웨어에 강한 기업이다. 소형부터 중대형 위성까지 다양한 체급의 인공위성을 만들어왔다. 소형위성이 다양한 우주 상업시장을 열었다면 이제 시장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큰 용량과 긴 수명의 중대형 위성이 커지는 시장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있다.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도 처음보다 위성 사이즈를 점차 키우고 있다. 규모의 경제로 하드웨어와 발사비용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에 위성 용량도 키우고 수명도 늘려 서비스 라이프사이클 전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또 KAI는 우주탐사, 우주 에너지·자원 활용 등 신사업 확장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우주산업 플랫폼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 서비스·임무 중심의 시장이 대폭 성장하는 점을 보고 위성 데이터 서비스 스타트업인 '메이사플래닛'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6G 통신, 항법, 우주탐사, 우주 모빌리티 등 새로운 우주사업들이 발굴되고 진행될 것이다. KAI는 우주항공청에 우주 분야 신규과제를 제안하고 우주항공청은 신규과제의 적기 사업화를 지원해 주길 기대한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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