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전 전북 감독, 베트남 사령탑 취임…박항서 명성 이어갈까
김상식 전 전북 현대 감독이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앞서 베트남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박항서 전 감독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트남 축구협회(VFF)는 6일 필립 트루시에 감독 경질 이후 후임으로 김상식 전 전북 감독을 낙점하고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감독은 베트남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같이 맡는다. 계약 기간은 2026년 3월까지다.
다음 달 6일 필리핀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2차 예선 홈경기를 통해 데뷔전을 치른다. 베트남 대표팀은 다음달 1일 새 사령탑 체제에서 첫 소집 훈련을 진행한다.
김 감독은 이날 하노이 베트남 축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 축구 인생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로열티’(충성심)이며, 축구 격언 중에 내가 좋아하는 말은 ‘팀을 이기는 선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선수 시절 팀을 위해 희생했고 뛰었다”면서 “지도자로서도 여러 굴곡이 있었지만 슈퍼스타 선수들을 관리하면서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제공하고 성과를 내왔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앞서 전북 사령탑으로 K리그1 우승, 코리아컵 우승을 일구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으로 중도 사임했다.
김 감독 선임에는 앞선 한국인 감독 박항서 전 감독이 이룬 성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박 전 감독은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아시아게임 4강 진출(2018년), 동남아시안 게임 축구 우승(2019년), 월드컵 최종예선(2022 카타르 대회) 진출 등 성과를 거주며 국민 영웅으로 불렸다. VFF는 울산과 인천 지휘봉을 잡았던 김도훈 전 감독, 일본 대표팀을 이끌고 2018 월드컵 조별 예선에 나섰던 니시노 아키라 감독도 후보군으로 올려놨던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베트남은 현실적으로 월드컵 3차 예선 진출은 어렵다고 보고 2024~2025시즌 아세안축구연맹(AFF) 컵, 2025년 동남아시안게임 준결승 진출, 2026년 U-23 아시안컵 본선 진출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우선 11월부터 열리는 AFF컵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 감독과 계약 체결식에서 쩐안뚜 VFF 부회장은 “2018 AFF컵부터 지금까지 베트남 대표팀은 계속해서 결승에 진출했다. VFF가 김상식 감독과 함께 세운 목표는 적어도 2024년 AFF컵 결승에 진출해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계약서에도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결과도 내면서 베트남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펼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부 팬들은 월드컵 진출을 목표로 했는데 왜 지금은 AFF컵 우승을 목표로 하냐고 반문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 매체들도 전임 트루시에 감독의 점유율 축구를 계승할 필요가 있으며, 박항서 감독 때는 너무 수비에만 치중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김 감독은 전북 감독 시절 선수단 관리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전술적인 역량에는 의문 부호가 달린다. ‘닥공’이라고 불릴 정도로 공격 지향 축구를 펼쳤던 최강희 감독 시절 기조를 계승했지만, 사전에 약속된 움직임으로 만들어가는 장면이 부족했다. 중원을 거치기보다는 측면의 빠른 윙어들을 활용한 직선적인 공격을 펼치려고 했지만, 선수 개인 기량에 의존하다 보니 상대 주변만 겉도는 U자형 빌드업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도 받았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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