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80억 70년째 댐 피해 참았는데”… 이번엔 패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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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화천댐 물을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공급하겠다고 결정하면서 강원도와 화천군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아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화천군 번영회장을 지낸 주민 김충호(62)씨는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화천댐 물을 갖다 쓰겠다는 것은 농경지 수몰과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등으로 70년간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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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화천군 ”주민 의견 듣지 않고 강행“
“또다시 희생 강요, 이럴 거면 댐 해체하라”
정부가 화천댐 물을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공급하겠다고 결정하면서 강원도와 화천군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아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에서는 지난 수십 년 피해에 대한 보상은커녕 또다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2035년 조성 예정인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하루 78.8만㎥의 공업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대구시 전체 하루 물 사용량(78만㎥)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지난 2월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북한강 수계 화천댐 용수를 하루 60만㎥씩 반도체 산단에 공급하기로 확정했다. 화천댐에서 방류한 물을 팔당댐에서 모아 산업단지로 보내는 방식이다. 국내 최대 다목적댐인 소양강댐의 여유량이 하루 5만㎥ 불과하자 화천댐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저수량이 10억1,800만㎥인 화천댐은 지난 2020년부터 발전과 용수공급 역할을 동시에 맡는 다목적댐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 결정 과정에서 강원도, 화천군과 논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마침 지난달 1954년부터 2022년까지 화천댐 건설에 따른 부지 수몰 등으로 3조3,359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강원대 산학협력단 조사 결과가 나온 터라 지역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화천군 관계자는 “한국전쟁 이후 70년 동안 연간 480억 원의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스러운데 또다시 주민들을 배제한 일방적 결정이 내려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주민들이 “댐을 해체하자”는 구호까지 외칠 정도로 정부 결정에 대한 성토가 뜨겁다. 화천군 번영회장을 지낸 주민 김충호(62)씨는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화천댐 물을 갖다 쓰겠다는 것은 농경지 수몰과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등으로 70년간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참에 1944년 완공 이후 공개되지 않고 있는 화천댐 안전진단 결과를 내놓으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미래 성장동력”이라면서도 “화천댐으로 인한 피해를 앞으로도 화천군만이 온전히 감수해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근본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에 추진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화천댐 물을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는 강원도는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강원도는 원주에 반도체 대기업을 유치할 경우 하루 50만㎥의 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남진우 강원도 산업국장은 “도 차원에서 지역주민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화천댐 용수공급계획을 발표한 국가물관리위원회에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내부적으로 원주 클러스터로 보낼 용수확보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화천=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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